D-23

D-23 2021.12.8.

by 유영

실무 경력이 없으면 부장을 하지 말자.


진짜 기분이 나쁘다. 나는 파견 직원이 담당한 업무 중에 일부 행정을 대신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면 내가 처음부터 문서를 만들면 될 텐데, 파견 직원이 만든 문서를 복붙하라고 한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이지? 결국 전자문서에 문서 상신자에는 내 이름이 들어가는데, 내가 책임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냥 붙여넣기만 하라고 한다.


공문서 양식도 맞지 않고, 내용도 비워있고, 예산 금액도 맞지 않는다. 그럼 결국 처장님께 불려들어 가야하는 사람은 파견 직원이 아닌 나이다.


그냥 행정 업무 전체를 떼서 나에게 주면 나의 업무 일정을 조절하면서 진행하면 되는데, 내 일정은 무시한 채 바쁘게 던져주는 문서를 바쁘게 수정하고 상신해야 한다. 업무 전체를 넘겨주지 않을 거면 적어도 처음부터 문서를 작성하는 일은 없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장D는 모두를 배려하고 효율적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효율은커녕 모든 업무가 늘어지고 있다. 본인이 매우 프로페셔널하다며 자신감이 차 있는 부장 뒤통수에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서 사례집은 어떻게 할 건데? 진짜 실무를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 책임자를 하지 말자.


내 발등을 내가 찧고 싶다. 팀장의 공석을 놓고 재임용이 이루어졌을 때, 한문쌤의 전문성과 히스테리를 문제 삼으면서 동료였던 지금의 부장D가 새로이 팀장이 되길 바랐다. 그리고 팀장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안일한 마음과는 다르게 팀장은 계속 일을 벌였고 책임지지 못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는 나의 업무도 포함된다. 좌우 살피지 않고 물불 안 가리고 말을 뱉어버리는 통에 어느 것 하나 나아지는 게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D-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