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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갑니다 Sep 17. 2020

당근 마켓 이용기

당신 근처의 마켓으로 스펙타클한 일상 만들기

당신 근처의 마켓, 당근마켓은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앱 중에 하나다.

쟁쟁한 소셜커머스나 인기 쇼핑몰을 누른채 당당히 한국인이 사용하는 앱 2위에 뽑히기도 했다. (출처 2020년 5월 와이즈앱)


그 ‘핫’하다는 앱에 요즘 나도 푸욱 젖어 들었다.

사실 가입은 오래전 해놓고 가방 한 개를 올려 놓고 까맣게 잊었었는데, 몇 개월 후 어느 날 갑자기 울린 ‘당근~!’ 이라는 소리와 함께 나의 새로운 이중생활이 시작되었다.


안타깝게도 그 가방은 지인에게 무료 나눔을 해버려 판매는 못했지만 그 때부터 미친듯이 중고 물품을 올리기 시작했다.

열의가 불타올라 남편은 그러다 집안을 다 갖다 팔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는데, 

금액을 떠나 내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산다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빠져들었다.

물론 그 유명하다는 당근 진상들을 만나기 전 까지만….

48개의 물건을 파는 동안 다행히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지만 역시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과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뽑아본 나만의 당근 AWARDS!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분 좋은 거래는?

예전에 선물을 받았지만 집에 너무 많아서 쓰지 않는 무드등이 있었다. 한참을 그대로 두었다가 당근을 시작한 김에 올렸었다. 마침 집에 꽃이 있어 조명과 꽃이 어우러져 판매용 사진도 아주 잘 나왔는데, 생각보다 금새 팔리지 않았다.

5,000원에서 시작했던 가격을 2,000원까지 내린 후 드디어 구매자가 나타났다.

판매를 약속한 날 퇴근 후 헐레벌떡 물건을 갖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정말 더운 날이라 급하게 가는 내내 몹시 짜증이 났는데 도착한 개찰구에는 웬걸, 예상치 못했던 분이 계셨다. 점잖은 할아저씨께서 급하게 오게 해서 연신 사과하며 하얀 새 봉투를 주셨다. 걸어오는 내내 짜증을 낸 나를 돌아보고, 그 날 저녁 내내 행복한 기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2,000원 대신 5,000원 넣어 주셔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님!)


가장 잊고 싶은 거래는?

요즘은 사실 당근에 대한 사랑이 많이 식었다. 물건을 팔만큼 팔기도 했지만 나의 좋은 의도를 왜곡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마음이 조금씩 닫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몇 년 동안 잘입던 여름 원피스가 지겨워져 저렴한 가격에 당근에 내놓았다. 금새 구매 예약을 했던 그 사람은 이번주는 바쁘니 다음주에 꼭 구매를 하겠다고 말을 했다. 일주일이 지난 거래 당일, 회사일이 늦게 끝난다며 하루를 미뤘고, 다음 날엔 회의가 길어진다는 이유로 약속 시간 변경을 요청했다. 마침 한가했던 주간이라 나는 맞춰줄 수 있었고, 그럼 언제가 편하실까요? 라는 답장을 보내려 했지만 보낼 수 없었다.

상대방이 나를 차단했다는 당근 메시지와 함께….

구매를 강요한적도 매달리지도 않았다. 비대면 채팅의 폐해를 제대로 겪은 황당한 순간이었다.


가장 웃긴 거래는?

어린 시절 호기심 대마왕이었던 나는 배우는 것을 되게 좋아했다. 다행히 부모님이 최대한 지원을 해주셨는데, 중학교 때 배우던 바이올린을 부모님댁에서 발견했다. 사실은 부모님이 버리려고 내놓은 쓰레기통에서 발견했다. 냉큼 집으로 들고 올라와 당근에 올렸다. 거래 장소는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지만, 날씨가 비가 미친놈처럼 내리던 그 때 그 시기였다.

그래도 바이올린을 큰 비닐에 둘둘 말아 꾸역꾸역 들고 나갔다. 퇴근 후 배도 고프고 서럽기까지 한 느낌이 들 참이었다.

아마 바이올린을 배웠던 때의 나와 비슷한 자녀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분이 나와 쿨하게 거래를 해주시고 비가 너무 많이 온다며 얘기도 주고받았던 재밌는 거래였다. 얼떨결에 나의 임밍아웃을 했던 최초이자 마지막 거래자이기도 했다.


성사되지 못할 것 같은 거래는?

바이올린과 더불어, 부모님댁 창고에 있던 여러물품을 처분했다.

쓰지 않는 강아지 이동장, 토스터기, 밥솥, 기타 등등`

그랬더니 하루는 아빠가 말했다. 너 진짜 잘 판다~~. 아빠도 좀 올려봐 봐.

응?

응?

너무 웃겼다. 심지어는 '아빠' 라고 검색도 해봤다. 안타깝게도? 아빠를 파는 사람은 없었다….

그 얘기를 들은 엄마는 한술 더 떠 최초의 거래자가 되어보라 했다.

제발 그만해….


쓰고 보니 당근마켓이 조용한 이 시기에 나에게 굉장히 스펙타클한 일상을 만들어준 것 같아 선기능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집안의 쓰지 않는 물건들이 사라졌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거웠다.

더욱 웃긴 것은 취미를 넘어 천직을 찾은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누가 알까 나중에 내가 스스로 운영을 하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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