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하여

개강한 대학생의 혼자 밥먹기

by 이여름



학교에는 혼자 밥을 먹을 수 있는 공간과 여럿이서 떠들면서 먹는 공간이 있다. 특히나 다음 수업의 촉박함으로 인해 혼자 끼니를 때워야 할때는 혼자서 밥을 때우고는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학식을 먹어야겠다 싶어 (혼자 밥을 먹는 공간은 내가 직접 음식을 사서 들어가야한다) 수업이 끝난 뒤 식당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내 그 선택을 후회했다.




나빼고 모두가 짝을 이루고 밥을 먹고 있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속에서 나혼자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었다. 혼자 먹겠다는 것이 자발적인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 선택을 후회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외로움이었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내가 왜이러지, 이상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오히려 어떤 타인도 없는 곳에 나 혼자이면 몰라도 (이를테면 집에서 혼자 ) 나빼고 모두가 짝을 이룬 공간에서 혼자 있는 것은 끔찍했다. 오징어 게임의 일권 할아버지 마음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친 뒤, 배가 고파서 저녁은 혼자 해결하고 들어가야겠다 싶었다. 이번에는 식당으로 향하지 않고 혼자 밥을 먹는 곳으로 가서 먹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조용히 아무말도 없이 밥을 먹고 있었다.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우리 모두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네 ?

와하하. 여러분 우리 모두 혼자예요.

즐거운 식사 되시길.




이번에는 어떠한 마음의 불안함도 없이 씩씩하게 혼밥을 마쳤다. 이상했다. 혼영은 잘 하는 사람이 혼밥은 또 왜 못하는 것일까. 영화관은 나같은 사람들이 많으니까 ? (마이너한 영화를 좋아하는 까닭에 결국 친구 설득에 실패하고 혼자 영화관을 오는 사람들 )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분리는 격렬한 불안의 원천이다. 게다가 분리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일으킨다. (…) 그러므로 인간의 가장 절실한 욕구는 이러한 분리 상태를 극복해서 고독이라는 감옥을 떠나려는 욕구이다.






하여튼 인간이란 얼마나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동물이란 말인가. 나를 뺀 모두가 나와 다르면 나만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불안해진다.


어쩌면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것도, 줄 이어폰을 더 좋아하지만 에어팟을 산 것도, “남들도 다 하니까” 라는 이런 마음에 불안해져서 억지로 등떠밀려 선택한 것은 아닐까라는 회의감이 들었다.타인을 아무렇지 않게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불편했던 이유는 나를 뺀 나머지는 모두 짝이 있다는 불안함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만 혼자였으니까 ! 한국의 미혼 30대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이 바로 나를 뺀 모두가 결혼을 한 상황이듯이, 나를 뺀 많은 사람들이 짝을 이루는 것은 참으로 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반드시 ‘함께’ 하는 것이 정답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줏대를 유지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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