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떠나는 여행의 이유

by 이담


‘여행’


가끔 내가 존재하는 곳이, 내가 마주쳐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싫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여행은 그런 것과는 가깝고도 거리가 멀다.


모르는 장소로 가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간의 배부로 이들을 놓고 봤을 때는 엄청난 차이점이 존재한다.


콘서트, 연극, 영화, 식사 등 홀로 할 수 있는 것들 대부분은 24시간 내의 그다지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콘서트와 연극은 3시간 내외, 영화는 2시간 내외, 식사는 1시간 내외이다.


그에 반해 여행은 당일치기라고 하더라도 24시간 중 최소 12시간은 소요되며 당일치기가 아닌 경우에는 최대 24시간 이상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홀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잘못된 선택으로 일정이 꼬이거나 음식이 맛이 없을 때도 남을 탓하는 것이 아닌 나를 탓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다른 이와 함께 여행을 가서 그 사람이 추천해서 따라간 음식집의 요리가 맛이 없었다면 당신은 음식집보다 그 음식집에 데려간 상대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클 것이다.


이후 그 실망감은 그 사람이 추천하는 것들에 대한 당신의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당신은 점점 그 사람의 의견보다 자신의 의견을 더욱 강조하게 되며 즐기러 간 여행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여행으로 전락한다.


하지만, 홀로 떠나는 여행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


나의 선택으로 시간과 장소가 통제된다.


힘들면 잠시 카페에서 쉬었다 갈 수도 있고, 중간에 여행지를 바꿀 수 있으며 내 의견에 토를 달 사람도, 내 선택에 투덜댈 사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홀로 떠나는 여행은 고독하지만 즐겁다.


그리고, 나는 다시금 홀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기 위해, 비우는 법을 다시금 배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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