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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16. 2021

큐플릭스 - 다다(DADA) Part.3 비파괴 검사

연재소설/로맨스/웹소설

처음부터 보기 1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21 



  “왜? 또 뽀뽀해줄까?”


  내 고백에 다다는 말했다. 어색해지는 일은 없었다. 우리는 봄날의 교정을 같이 거닐었고 함께 담배를 피워댔다. 내 고백은 다다의 놀림감이 되어 자주 내 속을 뒤집어놓았다. ‘넌 내가 생각보다 인기가 많다는 걸 알아야 해’부터 ‘너랑 나랑 대칭이 된다고 생각해?’ 같은 말들을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내뱉곤 했던 것이다.


  “미친 나무다.”


  다다가 가리킨 곳에는 어른 키만 한 철쭉이 흰 꽃과 자주색 꽃을 함께 피워놓았다. 그녀는 하얀 손으로 한 송이씩 철쭉을 꺾어 귀에 꽂았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나는 한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만해 미친사람 같아.”

  나는 다다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날이 더웠다. 우리는 근처 매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입에 물었다. 다다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 다다의 얼굴은, 어쩌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제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몰랐다. 담배를 피우거나 그림을 그릴 때와도 달랐다.



  철쭉이 지고 녹음이 짙어질 무렵 나는 망구비어에서 그녀에게 두 번째로 고백을 했다. 귀걸이와 손편지까지 준비했다. 다다는 테이블에 놓인 편지와 귀걸이를 보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왜…. 나도 비파괴 검사하려고?”


  나는 예상치 못한 다다의 반응에 말을 더듬었다. 다다와 가까워질수록 그녀는 모호해졌다. 다다는 어느덧 그림이 되어있었다. 멀리서 보면 형태가 보이지만, 가까이 볼수록 알 수 없는, 늘어진 대화가 끊기고 술병만 늘어갔다. 취기가 올랐다. 다다의 얼굴이 빨갰다. 들어가자고 하려는 참에 다다의 손이 내 손을 잡았다.


  “니가 여자였으면….” 


  잔뜩 취한 모양이었다. 나는 다다를 부축해 일어났다. 절반쯤 몸을 일으켰을 때 다다는 문득 망구비어 한 가운데로 걸어가더니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입에는 담배가 물려있다. 긴 머리카락이 마구 흔들렸다. 표정을 감추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미친 나무였다. 


  무더운 여름이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피해 다녔다. 나도 그게 옳다고 생각했지만, 텅 빈 마음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장마가 시작되고 전공과목 시간조차 창문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빗소리가 특수한 주파수로 금간 곳을 드러내 보이는 듯 했다. 다다는, 다다는 실금조차 가지 않았을 테다. 우리는 대칭이 될 수 없는 관계이고 비대칭 사이에서는 균열이 발생하기 쉬웠다. 나는 마침내 다다를 잊기로 다짐했다. 빗소리가 점점 더 깊이 파고들었다. 




예고편 : part.4 자화상


친구도 연인도 아닌 관계에 둘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얼마간 부유하던 시간을 지나고 다다에게 연락이 오는데, 나는 다다의 특별한 자화상을 마주한다.


다음화 링크




https://open.kakao.com/o/s5iB5T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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