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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16. 2021

큐플릭스 - 다다(DADA) Part.4 자화상

(연재소설/로맨스/웹소설)

처음부터 보기 1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21 



  “야 놀이동산 가자”

  한 달 만에 다다에게서 온 연락이다. 나는 다다의 제안을 뿌리치지 못했다. 


  어린이 대공원을 찾은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문 다다는 정말인지 놀러 다니기에 여념이 없었다. 동물원에서는 작은 스케치북을 꺼내 빠르게 크로키를 하기 도 했다. 담배 피울 때와 닮은 표정이 언 듯 보였다. 나는 늘어지게 뻗은 사자를 맥 풀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때 다다의 팔이 내 팔을 감아왔다. 포근한 향기가 났다. 더운 날씨에도 불쾌하지 않았다. 다다의 표정은 한없이 밝았다. ‘고백을 받아주려고 하나?’하는 희망도 조금씩 솟아올랐다. 


  돌아온 우리는 닭갈비에 막걸리를 해치우고 망구비어로 향했다. 나는 믹스너트를 집어먹으며 맥주를 기다렸다. 휴대폰을 향해 내리깐 다다의 눈이 속눈썹에 가렸다. 문득 다다의 콧날과 턱 선이 두드러졌다. 평소 털털한 모습과는 달라 영 익숙지 않았다. 


  “오늘 너 집에서 자고 가야겠다.” 

  맥주를 마시던 다다가 말했다.


  “취했냐?” 

  당황해서 목소리가 떨렸다.


  “너도 내 기숙사에서 잔 적 있잖아?”

  다다는 카시오 전자시계를 힐긋 바라보았다.


  “통금도 지났어, 기숙사.”




  “생각보다 깔끔하네.”


  자취방에 들어온 다다의 첫마디, 자취방을 찾아온 이성은 다다가 처음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다다는 내가 준 반팔과 잠옷 바지를 받아 입었다. 잠이 올 리 없었다. 나는 폐인처럼 살다가 겨우 사람처럼 살게 된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퀴벌레를 보고 ‘내가 저것보다 나은 게 뭘까’라고 생각했다는 말에 질색하면서도 웃는다. 다다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이라 했다.


  “봐봐”

  다다는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롤러코스터 위였다. 기대하는 표정도 잠시 롤러코스터가 움직이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다다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도착했을 때는 다다의 안도하는 모습에 살짝 눈물이 비쳐 보이기도 했다. 


  “과제야, 자화상. 형식은 자유.”

  그 짧은 영상에 다다의 모든 표정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과제를 도와준 셈이었다. 그녀다운 자화상이다.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난 먹을 때가 제일 좋아, 넌 뭐 할 때 제일 행복해?”


  “나?”


  잠시 눈을 깜빡이고는 다다 쪽으로 몸을 돌려 누웠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백색소음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손을 겹치고 입을 맞추자 빗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어떤 표정과 소리도 자화상에 담기지 못할 터였다. 나는 온전히 하나가 된 것 같은 감정에 취해 몸을 움직였다. 다다의 체온은 애틋했다. 키스를 끝내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다다는 살짝 웃어 보였다. 상체를 숙여 목에 키스를 하고 가슴을 애무했다. 소리가 났다. 


  “그만해”

  손이 내려가자 다다는 움직임이 멈추었다. 나는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어두워서 표정을 잘 가늠할 수 없었다. 목소리가 차가웠다. 나는 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다다는 내게 등을 돌리고 눕는다. 등이 떨리고 웃는 것 같기도 하고 우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다 쪽으로 몸을 돌려 눕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쓸었다.


  “비에서 토마토 냄새가 나”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방안에 붉은빛이 도는 것 같기도 했다. 다시금 빗소리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와 다다는 다시 짧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취기가 오르고 졸음이 쏟아졌다. 잠이 쏟아졌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다를 기숙사로 바래다주었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입에 물고 평소처럼 대화를 주고받았다. 밤새 쏟아진 비 때문에 교정은 한층 짙어 보였다. 기숙사 앞에서 손을 흔드는 다다의 표정은 밝았다. 


  기말고사가 끝나갈 무렵 여름은 정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나는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자취방에는 맥주 캔이 알루미늄 광산을 차려도 좋을 만큼 굴러다니고 있었고 일 년간 공들여 운동한 몸은 한 달만 에 쳐지기 시작했다. 다다와 함께 하면서 느꼈던 새로운 감정들이 도리어 나를 어쩔 수 없게 만드는 독으로 치환된 듯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몇 번인가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아틀리에를 찾아갔지만, 다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예고편 : part.5 나무와 콘크리트


나는 다다가 남긴 화구와 일기장, 스케치북을 본다. 일기장에는 그림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이 빽빼한 글씨로 들어차 있다. 이후 조교가 된 나는 반년간 바쁜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한 통의 연락을 받게 되는데....



다음화 링크




https://open.kakao.com/o/s5iB5T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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