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판타지/웹소설)
정원은 아름다운 것이지만, 아무나 가질 수 있는게 아니었다.
정원은 예컨데 마법 같은 것이라서 대가가 따른다. 조금만 팔다리를 쉬고 있으면 뿌리들이 제멋대로 튀어나오는가 하면 잡초들이(그들 나름의 질서와 의미가 있겠지만) 힘들게 심어놓은 화초들을 파고들어 이내 질식시킨다. 하지만 같은 풀보다도 곤충, 그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진드기라던가, 이름을 알 수 없는 징그러운 벌레들이 싫었다. 늦봄이면 서서히 들끌기 시작해 여름이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즈음 나는 겨자가스를 살포하는 야전 사령관처럼 무자비하고 또 잔인하다. 정원은 신이 내준 천국과 아마존의 미개척지 그 사이 어디쯤에서 끊임없이 진동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 사이를 중재하는 화신, 마법사다.
그리고 미와는 정원에 있다.
내가 위치햇이라고 우기는 챙이 긴 가림막 모자를 쓰고 무언가 하고 있노라면 종종 나타나 훼방을 놓았는데, 나는 미와를 전령 또는 마귀 그 사이 어디쯤이라 여기고 아예 신경을 꺼버린다. 미와는 대체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거 알아? 딸기 우유의 빨간색은 코치닐이라는 색소로 만드는데, 그 색소는 연지벌레를 빻아 만드는 거래"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잘라놓은 뿌리줄기를 미와에게 던졌다. 미와는 그것을 슬쩍 피하더니 혀를 차기 시작한다.
"또 무언가를 내다 버리는 중인가 휴먼, 세상에 사업가라는 사람들은 벌레라도 살뜰히 모아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데, 자칭 위대한 예술가이자-마법사는 하등 쓰잘머리 없는 예술 같은 걸 해보겠다고 쓸모 있는 걸 다 내다 버린다지.."
나는 바위에 올려둔 낫자루에 손을 올렸다. 미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혀를 놀렸는데 '이 세계 마법사는 물리력으로 승부를 본다'느니 '자비출판한 그 책은 극소수의 마법사 들이나 찾아 읽어 인세가 박하다'느니 하는 말들로 속을 긁어놓았다. 그만한 거리에서 위력을 가진 무기로는 권총 다음이 아닐까 싶다. 나는 전의를 잃고 위치했을 눌러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