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에서 본 MBTI
나는 역덕이다. 특히 1차 2차 세계대전에 걸친 근대사를 좋아하고 현대사도 꽤 좋아한다.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얕은 지식이지만 근현대사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궁예질이라고도 하는데, 민간 대기업, 스타트업, 정부 등을 주도로 만들고 있는 빅데이터도 앞으로 예측을 더 수월하게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가 싶다.
트위터 MBTI 판에서 우리의 '감'도 수천 년의 인간사에서 유전자에 쌓인 빅데이터가 작동하는 것이니 절대 무시하지 말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느끼기에 꺼림칙하면 하지 말고 만나지 말라'라는 식이다. MBTI와 관련한 게시물 등에는 '여기 캐해(캐릭터 해석) 잘한다' 다음으로 자주 쓰이는 말이 '여기 궁예 잘한다'였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직관이 강하고 이를 뚜렷하게 구현해내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 아직 잘 모르는 어떤 것들을 짚어 언어화하고 간명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 이상의 날개에 보면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이치를 깨달으려는 그 노력이 싱거워서 견딜 수 없게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라는 식의 지적이고 시니컬한 에센스를 풍기는 사람들 말이다.
어쩌면 어떤 천재는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브랜딩, 대중적 유명세, 영향력 따위는 안중에 없고 자기 일 열심히 하면서 롯데타워 시그니엘레지던스에서 오마카세를 먹고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총 3차례 참여한 MBTI 교육에서 초급/보수 2번 같은 교육자료를 본 적이 있다. MBTI 별 키워드를 빅데이터화해 놓은 자료였는데, 한 소설에서 두 번 이상 나온 사물이 중요하듯이 세 번의 교육에서 2번 나온 자료라면 꽤 중요한 자료인 듯하다(그때는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밖에 종단연구(최소 12년 이상의 관찰연구 등)도 실시하고 있고 간혹 표본 수집 관련 메일도 보내오는 걸 보면 참 일을 열심히 한다. 누군가 이렇게 쌓아놓아야 누군가는 발할 수 있다.
MBTI 팩폭에 대한 팩폭을 게시물로 한번 써보려다가 그만두었다. MBTI 교육장을 가보면 사용 시 유의점이나 상담사 윤리강령과 관련한 교육이 꽤나 많이 이루어진다. '우리 검사 짱짱맨이니까 이걸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융과 프로이트가 현재는 의학보다는 인문학에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나, 열등 기능에서 아니마와 아니무스와 관련한 부분과 젠더(성소수자)와 관련한 부분과 연관시킨 연구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말 전부 MBTI협회에서 들었다.
오히려 쓰지 못하는 상황이 더 많을 정도다(예를 들어 우울감이 있거나, 최근 큰 문제가 닥친 사람-보통 검사를 요청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다-일때는 검사를 하지 않도록 한다.) MBTI의 오용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다. 나도 알면서도 지키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내가 산 차가 마티즈인데 람보르기니처럼 달리면 나도 위험하지만 주변 사람들도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음양/오행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수 있다는 식의 농담도 비슷한 위험성이 있다. 도구는 각자 도구에 맞는 역량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의 요승 라스푸틴과 가장 유사한 인물을 고르라면 궁예를 꼽고 싶다. 둘 다 정치적으로 매우 성공적이었고, 자신들이 뛰어난 영적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관심법'이 그 절정인데,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식의 주술(?)을 뜻한다. 가끔 농담으로 'MBTI를 1년 정도 파면 관상만으로 유형을 알 수 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농담은 농담일 뿐이고 항상 이런 부분들을 주지하면서 MBTI나 심리학 공부를 해볼까 한다.
P.S. 거기서 받아온 매뉴얼, 초급, 중급, 그림자 책자 이렇게 총 네 권이 있다. 최대한 이 위주로 파고, 내 주관으로 글을 쓰거나 만화를 그릴 때는 경고 메시지를 추가하는 방향이 좋을 것 같다. 나도 이건 포기할 수 없는데, 사실 MBTI는 각 잡고 볼 때보다 밈으로 볼 때 더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