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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Mar 18. 2022

'백예린 - 한계'로 본 사랑의 복잡성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과 네가

필요로 하는 나의 모습이 같지가 않다는 것

잘못된 건 아니지 않나요

미안할 일 아니지 않나요

그런데 왜 또 그렇게 자꾸 날 몰아세우는 건데

도대체 뭐를 더 어떻게 해

난 몇 마디의 말과 몇 번의 손짓에

또 몇 개의 표정과 흐르는 마음에

울고 웃는 그런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대체 내게서 뭐를 더 바라나요

내가 줄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줄 수 없음에 미안해해야 하는 건 이제 그만둘래요

달라졌구나 참 많이도 변했구나

난 여전히 그대론데 넌 달라져 버렸어

근데 혹시 한 번쯤 반대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나요

난 몇 마디의 말과 몇 번의 손짓에

또 몇 개의 표정과 흐르는 마음에

울고 웃는 그런 나약한 인간일 뿐인데

대체 내게서 뭐를 더 바라나요

내가 줄 수 있는 것 그 이상을

줄 수 없음에 미안해해야 하는 건 이제 그만둘래요..



  백예린의 한계는 넬의 노래를 편곡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백예린 특유의 시티 팝스러운, 도회적인 노래보들다 감정이 더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든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동료와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어느 한쪽이 파워가 너무 강하면, 그 연애가 쉽게 어그러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는 한쪽이 강성이고 한쪽이 접어주는(받아주는?) 성향이 강할 경우에도 본인들은 어쩔지 모르겠으나(사디즘도 취향이라면 좋을 수도 있겠지...) 주변에서 보기엔 전반적으로 속 터지는 일들이 많고, 종종 지랄맞은 연애난을 싸질러 놓고 '요즘엔 다 이렇게 하던데'라는 식의 정당화하기도 하더라는 이야길 주고받았다. 무수한 연애상담으로 단련된 직장 동료는 오은영 박사님과 같은 인사이트로 이런저런 이야길 해주었는데, 그럼에도 장기하의 노래 제목처럼 '내 사랑에 노련한 사람이 어디 있나요'식의 마무리가 따라왔다. 직장인은 점심시간은 짧다.



  '사랑의 기술'을 쓴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 인간이 찾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뭐에 대한 해결책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오래 각박한 현생과 자기에 골똘하다 보면(또는 고립되어 살아가다 보면) 한두 군데쯤 어그러진 부분들이 생겨나는데, 일시적으로나마 그런 부분들, 어그러진 부분들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모든 게 너무 충분해서 몇 개월이고 카톡프사니, SNS니 그런것을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사랑은 아무런 목적없이 태어나 던져진다는 실존적 삶의 각박함에 대한 해결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하필 그 해결책이 어마어마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 미대생과 공학도의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을 쓴 적이 있다. 미대생은 동성애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알기론 동성애자라 할지라도 이십 대 어느 즈음에는 이성을 사귀어보기도 한다고 한다. 진짜 내가 이성을 사랑할 수 없는지, 고민하는 시기에 다가온 사람과 연애를 해볼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성애자인 공대생에게는 '내가 줄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불가능한 요구이다. 미대생은 공학도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만, 공학도가 원하는 일반적인 사랑의 관계와는 거리가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공학도는 혼란에 빠진다.


  짧은 이별 후 미대생은 유학을 떠나기 전 공학도에게 연락한다. 붙잡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고민했던 공학도는 콘크리트와 나무에 대해 설명한다. 철근과 콘트리는 팽창계수가 같아 건물을 올리더라도 무너져 내리지 않지만, 나무에 콘크리트를 바르면 당장은 서있더라도 갈라지고 부서진다는 말이었다. 팽창계수가 다르다. 그건 나무의 잘못도 아니고, 콘크리트의 잘못도 아니다. 그렇게 둘은 완전히 헤어진다. 사실 많은 사랑은 이런 결말을 맞는다.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많이 부풀어 올랐던 시간이 그립더라도 사랑은 그것만으로 성립되는  아니다. 그것만으로 된다면  많은 무속인과 역술인, 결혼중매업체, 결정사, MBTI 타로가 흥할  없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노래 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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