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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Nov 20. 2022

애착과 슬픔


    프랑스 말에는 남성명사가 있고 여성명사가 있다고 한다. 어떤 감정이나 관념을 젠더로 갈라 이야기 한다는 게 바람직한가 싶기도 하지만, 나는 경쟁, 성공, 목표와 같은 단어가 남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관계, 애착, 과정과 같은 단어는 여성적 특징을 가진다고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도 성공, 세속주의, 목표, 권력에는 남자 캐릭터들이, 가족, 애착, 관계성 같은 부분은 주인공 오인주를 비롯한 자매 캐릭터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종이책을 출간하면서 '돌이켜 보았을 때 이런 시기들이 제게 가장 진취적인 시간으로 남길 바란다'라고 썼다. 


  올해는 오버해서 한 게 많았는데, 2월 시집 출간부터 꾸준한 글쓰기, 파일럿 프로젝트로 달력 제작, 소설책 출간까지 나름의 열정을 담아 시도했던 것들이 순간 도리어 소용없는 짐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나는 그 가치에 충분한 애착을 가지지 못한 채로 무분별하고 거칠게 자신을 착취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싸늘함을 느꼈다. 그러느라 놓쳤던 것들이 그림자처럼 길게 뉘어서 물끄러미 바라보게 한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자는 그런 주제를 꼭 다루고 싶지는 않았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어떤 주제에 악을 쓰며 이야기하는 사람일수록 거기에 경도되어 있다는 아이러니가 싫었다.


  그러고 나니 무언가를 끊어낼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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