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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an 28. 2023

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에서 한아뿐은 두 개의 큰 기둥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엮어낸 이질적인 SF세계관을 하나의 기둥으로 두고, 한아를 중심으로 한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세계관을 다른 하나의 기둥으로 두었다. 그걸 하나의 천장으로 잘 엮어 만든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둥과 기둥 사이에 현실적인 부분은 뒤로 빠져있다. 가령 결혼식에도 제로웨스트/친환경을 염두에 두는 장면들, 연결고리가 빈약한 현실 사이의 장면들이 그렇다.


사실 이런 소설이 내 취향에 가깝다. 내밀한 삶의 이야기는 이미 살아가는 동안 지쳐버린 것 같다. 나에게 소설을 읽는다는 건 좀 더 유희적인 일이다. 


정세랑 작가가 그리는 외계의 문명은 합리적이고, 지구에서 한아의 태도는 이상적이다. 그 둘 모두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 유리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아가 리폼 사업을 확장하면서 고생하는 이야기를 상세히 묘사한다면 소설은 급격히 빛을 잃을 것 같다.


가볍고 흥미로운 소설도 세상에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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