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발전하는 AI에 관한 뉴스로 매일 세상이 떠들썩하다. 내가 알던 세상이 맞나 싶을 정도이다.
이제 나도 그 편리성에 취해 매일같이 AI의 도움을 받다 보니,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문장을 무책임하게 써갈기곤 AI가 완결짓도록 하고, 대충 떠올린 생각을 AI로 굉장히 있어보이게 포장하기도 한다. 오직 내 힘만으로 좋은 글을 쓸 필요가 사라졌다.
한편으론 이 짧은 기간동안 나의 사고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파고들어가 주니 의미를 담아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보단 결과물이 먼저 나오고 의미를 발굴해내고 있다. 그만큼 집중력도 떨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입력값만 넣어주고 AI가 생각하는 동안 난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졌으니 집중력도 쓸 일이 없다. 문장력도 엉망이 되었다.
나는 글 쓰는 걸 즐기는 사람이고 싶다. 문장에 담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고 느끼고 무척이나 예민한 인간의 오감을 최대치로 감각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글을 참 사랑한다. 독서를 즐기고 아름다운 글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그만큼 아름다운 말을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 들려주곤 한다. 이 사람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 모든 아름다운, 혹은 아픈 기억들을 가벼이 흘려 보내지 않고, 글을 읽는 것만으로 그때의 감각과 감정이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그러면 나도 그녀처럼 묵직하게 다가오는 아름다운 말들을 뱉고, 그 말들로 인해 내 마음도 더 아름다워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보보다 중요한 건 감정이고, 감정이 있기에 추억이 생긴다. 이 추억을 되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현재가 또 다른 추억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만 같다. 지금 나에겐 이렇게 되짚어볼 수 있는 추억이 담긴 글이 많지 않다. 내 감정보단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정보들만 한가득이다.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사라지는 것들을 수집하는 데 왜 그리 애를 썼나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이 나는 글을 쓸 것을.
내 감정을 글로 남기는 것조차 서툴러진 지금, 텅 비어버린 것 같은 과거는 뒤로 한 채 이젠 나만이 할 수 있는, 나의 오감이 살아 숨쉬는 글을 앞으론 좀 더 써보려 한다. 혹여나 내 삶이 가치없다고 느껴지고 버리고만 싶을 때가 온다면, 이런 글들이 나를 다시 살고 싶게 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