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햇살 코치 Mar 20. 2022

봄이 오는 안양천 산책, 그리고 다정함의 과학

일상 이야기

여유로운 휴일 점심 무렵,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드라이기로 뽀송뽀송하게 머리를 말리고 소파에 앉으니 몸과 마음이 상쾌하다. 베란다 창밖을 보니 햇살이 환하다. 문득 산책을 하며 볕을 쬐고 싶어 진다. 잠깐 나갔다 오겠다던 남편에게 톡을 날린다.


"어디예요? 나 산책하고 싶어요."


그 순간 '띠띠띠띡'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에 이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을 보니 반갑다. 


내 톡을 본 남편이 어서 나가자며 말을 건넨다.

"나갑시다. 차도 한잔 마시고...."

남편의 말에 신이 나서 옷을 챙겨 입고 '룰루랄라'  집을 나선다.


그런데 막상 나와보니 생각보다 바람이 차다. 그늘진 거리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는 쌀쌀함이 묻어있다. 옷깃을 여미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뱉는다.

"생각보다 춥네."


그러자 남편이 질문한다.

"그럼 안양천 가지 말고 동네 한 바퀴 돌고 들어갈까?"

남편의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가 이왕 나왔으니 안양천에 나가보자 마음을 먹는다. 

가는 길에 카페에 들러 따듯한 민트쵸코라떼를 한 잔 사서 손에 들고 마신다. 시원한 민트향과 달달하고 따듯한 라떼가 목을 촉촉하게 적셔주니 몸이 사르르 녹는 듯하다.



라떼를 홀짝홀짝 마시며 5분 정도 걸어 안양천에 도착한다. 

"우와~ 하늘 좀 봐. 햇볕도 따스하고 바람도 안부네."


하늘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온다. 다행히 안양천변은 날씨가 화창하고 따스하다.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보이고 한편에는 농구하는 학생들과 풋살하는 학생들의 소리로 시끌시끌하다. 휴일 오후의 안양천은 활기차면서도 여유로움이 느껴져 좋다. 

안양천


우리도 천천히 천을 따라 걷는다. 비가 내린 후라 그런지 공기가 깨끗하고 하늘도 푸르다. 노란색 산수유꽃이 아기자기하게 피어있고 나뭇가지를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새순이 돋고 있다. 곧 잎과 꽃이 피어날 거란 기대감에 반가움이 느껴졌고 겨울을 견디고 싹을 틔울 만반의 준비가 끝난 나무들을 보니 신기하고 기특하다. 나는 그저 연신 폰 화면을 가까이 가져가 사진을 찍는다.




휴일에 남편과 함께 하는 안양천 산책은 소확행이다.

걸으며 운동도 하고 계절의 변화도 느끼고 살아가는 이야기와 아이들 이야기 등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좋다. 집 근처에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곳이 있어 무척 만족스럽다. 


40여분 정도 걷고 동네로 향했다. 동네 정육점에 들러 저녁에 먹을 벌집삼겹살을 사고 마트에서 쌈채소와 과일을 산다. 길가에 호떡을 파는 트럭이 보이자 남편이 말을 건넨다.

"걷고 나니 출출하네. 호떡 한 개씩 먹을까?"

"그래. 좋아~"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답한다. 뜨거운 호떡을 호호 불며 한입 베어 물으니 말랑한 호떡피와 함께 달달한 꿀이 혀를 감싼다. 초등학교 때 즐겨먹던 호떡이 떠올라 잠시 추억에 잠긴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호떡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그곳을 지날 때 호떡을 한 개씩 사 먹곤 했는데 너무 맛나서 지금까지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산책을 하고 들어오면 중요한 일을 끝낸 듯 뿌듯하고 왠지 건강해진 느낌이다. 그와 함께 행복지수가 한층 상승한다. 햇볕을 쬐서 세로토닌 호르몬이 증가해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있고 양측 운동을 통해 순환이 잘 되어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남편과 함께 걸어서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참 다정하다. 그리고 남편의 친절과 다정함은 나에게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된다는 점이 참 놀랍다. 커피를 주문할 때도 호떡을 살 때도, 누군가를 만나면 항상 먼저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주문을 하고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끝인사를 전한다. 남편 옆에 있으면 뭐 저렇게까지 친절하게 인사를 나누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덩달아 나도 평소 안 하던 인사를 하기도 한다.


유대와 친절이 우리의 건강에 놀라운 효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식단과 운동보다 다정함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니 정말 놀랍다. 그런데 오늘 산책 경험과 그간의 일상을 되짚어보니 수긍이 된다. 


오늘따라 남편의 다정함이 탁월함으로 다가온다. 남편의 탁월성을 적극적으로 모델링하고 '다정함의 과학' 책도 읽어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https://news.v.daum.net/v/20220212080012447


작가의 이전글 10월의 어느 멋진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