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게 '웹소설에는 어떤 장르가 있고? 내가 어떤 장르를 쓰고 싶어 하는가?'이다. 웹소설은 대 장르 안에 세분화되어 있는 소 장르(혹은 키워드)들이 꽤 많이 있다.
어떤 장르를 쓰냐에 따라, 독자층이 다르고 플랫폼이 다르며, 프로모션이 다르다. 또한 다른 분야에는 없는 [로맨스 판타지]라는 독특한 장르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막연하게 로맨스를 쓰고 싶다고 가정했을 때, 문피아라는 플랫폼이 크다고 들어 로맨스 소설을 올린다면 당신의 작품은 아무도 읽지 않을 거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문피아의 주 독자층은 아직까지 남성들이며, 남성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즉, 남성들이 보고 싶어 하는 소설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플랫폼에 아무리 필력이 좋은 로맨스를 올려도 독자들은 관심이 없다.
웹소설 장르에는 공식이 있다. 이는 클리셰와는 다르다. 공식이라는 건, 말 그대로 그 장르에 포함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동시에 이건 장르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자. 흔히들 생각하는 로맨스의 주 독자층은 여자다. '여자 주인공을 둘러싼 여러 남자들의 이야기.'는 로맨스가 될 수 있지만, '한 남자를 중심으로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절대로 로맨스가 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건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있고, 거기에 라이벌 격인 여주가 있는 게 아닌, 남자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며 수많은 여자들이 그 남자를 좋아하는 이야기를 말한다. 일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라이트 노벨 식 전개로, 우리는 흔히 이걸 '하렘물'이라고 말한다. 이 하렘물은 절대 한국에선 '로맨스 소설'이 될 수 없다.
출판사와 플랫폼은 철저하게 독자를 위해 맞춰진 장르 시장인 웹소설은 출판사도, 유통사(플랫폼)도 기본적인 형식과 도식을 갖춘 작품을 원한다. 아무리 잘 파는 웹소설 작가라 해도 예외는 없다. 즉, 웹소설의 장르라는 건 일종의 빵틀이다.
장르라는 규격화된 빵틀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클리셰를 하든 변형을 하든 다양한 케이크를 만드는 거다. 장르의 도식에서 벗어 난 작품을 쓰고 난 후, 해당 장르라고 우겨도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쿠키를 구워 놓고 케이크라고 우겨도 아무도 케이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이는 웹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면 최소한으로 지켜야 하는 장르와 작품 그리고 업계에 대한 예의와도 같다.
만약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불만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순문학이나 드라마 시나리오, 시가 됐든 다른 글을 고민해 보셔도 좋다. 혹은 종이책 장르소설을 쓰셔도 된다. 글은 웹소설만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웹소설을 쓰고 싶다면, 신인이라면 웹소설 업계의 공식에 도전하지 말고 업계의 공식에 따르는 게 맞다.
위로 올라가서 웹소설에만 존재한다는 [로맨스 판타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웹소설을 접하지 않은 사람이 막연하게 읽었을 때, 로맨스 판타지는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가 합쳐진 소설이라 생각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동시에 웹소설에서 가지는 로맨스+판타지는 무척이나 좁고, 한정적인 범위를 의미한다. '로맨스와 판타지가 섞였으니까? 드라마 도깨비 같은 거 아니야?' 혹은 요괴나 퇴마물, 현대에서 마법이 나오고 용이 나오는 내용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건 '웹소설'에서의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다. 웹소설에서 말하는 '로맨스 판타지'라는 건 오직 1) 중세 혹은 근 현대 배경의 계급 사회가 있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2) 여자 주인공인 연애, 혹은 성장물 만을 의미한다. 흔히들 이걸 중세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중세에 연애가 주가 되는 소설들만 주를 이뤘다면, 최근의 로판들은 꼭 연애가 나오지 않더라도 여주의 성장으로 배경을 하는 소설도 로맨스 판타지에 포함이 된다.
또한 재작년, 작년을 기점으로 여자가 주인공인 '레이드물'혹은 각성자, 헌터물도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포함이 되었다. (사실 이건 현대+로맨스 판타지 줄여서 현로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경우에도 틀에 박혀 있는 조건이 있다. 1) 여자가 주인공일 것 2) 현대에 3) 레이드물(각성자, 헌터물)일 것. 이 경우만 해당이 된다
즉, 현대물인데 귀신이 나오거나 도깨비, 혹은 퇴마물이라던지 하는 장르들은 웹소설에서는 마이너 중에 마이너로 속한다. 이런 글을 쓰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신인이라면'별로 추천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쓰고 싶다면 취미이거나, 돈을 벌 생각이 없거나, 혹은 여러 번씩 출판사 투고에 떨어지거나 프로모션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걸 염두해둬야 한다.
웹소설 작가에게 막연하게 웹소설을 쓰고 싶다 말한다면, 그건 큰 병원에 가서 무조건 '몸이 아파요.'라고 박박 우기는 것과 같다. 머리가 아픈지, 다리가 아픈지, 아니면 심장이 아픈지 말을 해 줘야 의사도 진료를 하고 그에 맞는 전문의를 배치할 거 아닌가. 그런데 의외로 이런 질문을 듣는 경우가 흔하다.
판타지 작가님에게 가서, 로맨스 소설을 어떻게 써요? 하고 물어보면 같은 업종이라도 대답을 할 수 없다. 혹은 로맨스 작가님에게 가서 판타지는 어디서 연재하면 좋을까요? 판타지를 쓰고 싶어요.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같은 웹소설 작가라 해도 판타지와 로맨스는 전문 분야가 다르다. 물론, 업계가 비슷하니 로맨스 작가님이 판타지에 대해서, 판타지 작가님이 로설에 대해서 알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판타지를 써 본 작가의 말을 듣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걸 이해하고 멘토를 요청할 때는 반드시 본인이 쓰고 싶은 장르 혹은 플랫폼에서 연재 경험이 있는 작가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게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망생들은 '자신이 쓰고 싶어 하는 내용이 웹소설에서 어느 장르에 속하는지, 웹소설에 어떤 장르가 있는지'조차 알기가 힘들다.
장르를 이해해야, 그 안에 세분화되어 있는 키워드와 세부 장르를 이해할 수 있으며, 플랫폼, 계약서, 프로모션 기타 등등을 이해할 수 있다. 웹소설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장르를 이해하는 건 가장 중요한 문제다.
그럼 웹소설의 장르와 관련된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웹소설 장르는 크게(1) 여성향과 (2) 남성향으로 나뉜다.
(1) 여성향
여성향은 '여성들이 주 독자층이 되는 소설'을 의미한다. 오해와 논란이 생길 여지를 미리 차단하고 가자면, 여성향 소설이라 해서 남자 독자들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비중이 전체에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다. 이는 남성향 소설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여자들만 보는 소설'이 아니라 '여자들이 주 독자층이 되는 소설'로 이해하는 게 좋다. 작가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향 작품이라 해서 여성 작가만 있는 게 아니고, 남성향 소설이라 해서 남자 작가만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남자들의 비중, 여자들의 비중이 조금 더 많은 소설이라는 대 분류일 뿐이다.
여성향에 포함이 되는 장르는 '로맨스(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BL'이 있다.
세부 장르에 대한 설명은 다음장에서 하도록 하겠다.
(2) 남성향
여성향의 반대다. 남성 독자들이 주 고객층이 되는 장르를 말한다. 남성향과 여성향은 기본적으로 작품에서 추구하는 목적, 주인공의 형태 등에 차이가 있다. 여성향 작품은 BL(BOY'S LOVE)을 제외하면 모두 여자가 주인공이어야 하며, 남성향 작품은 예외 없이 '남자가 주인공일 것'을 대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것만 지키면 된다. 정말 드물게 여자가 주인공인 남성향 소설이 없다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향 독자들은 안 좋아할뿐더러, 출간 계약부터 작품 론칭까지 그리고 론칭 이후에도 쉽진 않다 말할 수 있겠다.
남성향에는 크게 '판타지' '현대 판타지' '무협' '대체 역사물' 이 있다. 당연하게도 이 안에도 또다시 여러 갈래로 나뉜다.
남성향을 판타지 소설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 여기서 말 하는 판타지 소설은 넓은 의미의 판타지 소설이다. 웹소설 장르로서의 판타지 소설은 무척이나 한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처음에 말한 거처럼 웹소설은 기본적으로 상업 소설이며, 장르별로 최소한의 공식들이 (클리셰가 아니다.) 정해져 있는 소설이다. 웹소설을 써 보겠다고 조언을 얻거나, 어딘가에서 강의를 들으면 이런 말을 가장 많이 들을 거다
'뭐뭐 하지마라.'
혹은 어떻게 써라, 저렇게 써라, 인데 결국 놓고 보면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그 공식을 다 지키면 내가 쓰고 싶은 글과 이야기를 못 쓴다라고 한다면, 그건 웹소설 어느 장르와도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거다. 그리고 여기에 한마디 더 붙이겠다.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마라.'
그건 클리셰에서 벗어나는 행위 일 수도 있고, 혹은 기본적인 장르 공식에서 벗어 난 내용 일 수도 있다. 장르의 클리셰를 극복하는 소설을 쓰거나, 장르의 독자층을 바꾸는 건 신인으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본인이 천재이거나 우월한 작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99% 착각이다.
'에이, 그래도 남자가 주인공이고 여주가 여러 명인 로설을 여자 독자들이 볼 수 있지! 내가 그런 소설을 쓰겠어.'라고 생각하시면 쓰셔도 좋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아무리 필력이 좋고 뛰어난 글일지라도 어느 출판사에서도 당신의 원고를 받아 주지 않을뿐더러, 프로모션을 통과할 수 조차 없다. 특히 신인 작가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