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는 유행이다. 일종의 산불과도 같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 때문에, 너도 나도 다같이 즐겨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인스턴트이기도 하다.
분명 웹소설에도 유행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행이라는 건 결국 한철 장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유행한다는 것은 ‘나 외에 다른 경쟁자’들이 많이 양산 될 리스크도 있다.
비슷한 내용을 가진 수 많은 소설들 속에서 내가 살아 남기란 신인 작가에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같은 유행 소설을 써도, 열 작품을 넘게 쓴 기성 작가가 유행에 맞춰 쓴 소설과 신인 작가가 유행에 맞춰 쓴 소설은 전개와 내용, 클리셰와 구성에서부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웹소설적인 요소들을 포기하지 말라는 건 절대 아니다. 웹소설이 가지는 본연의 대리만족이라는 재미 요소들, 각 장르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틀들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작가가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찾아야 한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글을 우리는 메가 IP라고 불린다. <나혼자만 레벨업>, <전지적 독자시점>, <재벌집 막내아들>, <아기는 악당을 키운다>, <화산귀환>, <검술명가 막내아들> 같은 소설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인 작가가 처음부터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는 글을 쓰는 건 천재가 아닌 이상엔 어렵다. 만약 된다고 해도 그 가능성이 무척 희박하다. 이러한 글들은 트렌드를 파악하는게 아니라, 트렌드를 예측해 잘 쓴 글이 맞아 떨어져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희박한 가능성에 도박수를 두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건 거꾸로 말 해서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뜻임을 명심하면 된다. 기성 작가의 경우 다음 작품을 하면 그만이나 신인 작가의 경우 시작부터 멋드러진 작품을 쓰려고 하다가 계약의 문턱 조차 밟지 못해 계속 지망생으로 머무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유행을 파악해 그 시기에 알맞은 작품을 쓰는 것은 분명한 능력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본인이 지금 유행하는 것을 잘 모르겠다고 한다면, 당장 유행하는 것을 쫓아서 자기 스타일을 완전히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될우 이도저도 아니고, 어디서 많이 봤는데, 재미는 없는 소위 양산형 소설이 되어 버린다.
유행에 맞는 좋은 글이라는 건, 유행에 내 스타일이 더해졌을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무조건 똑같은 글을 쓴다고 해서 독자들이 봐 주는 시기는 이제 지났다.
신인 작가이고, 내가 글을 쓴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잘 하고 못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웹소설이 가지는 기본기에 충실한 작품이 훨씬 더 독자들의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