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 싫은 날에도 글을 써야 할까요?
이 질문은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회사에 가기 싫은데, 회사에 출근해야 할까요? 정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만약 회사에 출근 하기 싫은데, 회사에 출근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잘린다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억지로 출근하게 된다. 이것은 월급이라는, 회사라는 강제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연재 중인 웹소설 작가님들의 대부분은 마감을 성실하게 잘 지킨다. 물론, 뒤로 갈수록 힘들어지거나 여러 가지 사유 때문에 연재 횟수가 줄어들거나 휴재를 하시는 작가님들도 있지만 전체 비중으로 봤을 땐 연재 날짜를 지키는 작가님들이 훨씬 더 많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은 ‘연재’라는 약속이 강제되기 때문이다. 독자와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출판사와 플랫폼과의 약속이자 책임감이 부여 된다. 하지만 웹소설을 지망하는 초보 작가님들의 가장 문제점은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다.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말 해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뜻이다. 기성 작가들은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글을 써서 작품을 내지 않으면 연봉이, 월급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 작품이 없는 초보 작가님들의 경우에는 아니다.
연재라는 강제성을 부여받는 것도 자격이 필요하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아무도 강제하지 않은 취업 준비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라는 것을 참고 하듯, 웹소설 쓰기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작가님들에게 글을 쓰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는 건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그 과정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출판사는 아마 작가님에게 계약서를 내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작가로서의 첫 번째 자격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한 이후에도 작품을 내지 못하는 작가와 계약을 한 이후에 출간 작가가 되는 것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글을 쓰는가? 쓰지 않는가?’에 있다.
웹소설에서 출판사와의 계약은 그저 시작일 뿐이다. 달리기에 비유하면 이제 출발선에 설 자격을 얻은 것이다. 적어도 출발선에 서고 싶으면, 달리고 싶으면 글을 써야 한다. 절대 누가 시키지 않는다. 하지 않아도 되고, 안 한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것도 없다.
시키지 않는 일을 하기는 원래 어렵다. 심지어 글을 쓰는 것이 불편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다. 나는 글이 좋아 작가라는 길을 선택했지만, 모두가 작가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 번 정도는 해 보고 싶다면, 혹은 내가 정말 작가가 되고 싶다면 쓰기 싫은 걸 쓰는 과정은 원래 견뎌야 하는 당연한 과정이다.
많은 초보 작가님이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내가 생각한 글을 쓰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하신다.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들어 왔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하기 싫은 일, 나와 맞지 않은 일도 해야 하는 것처럼 웹소설 작가 또한 마찬가지다.
웹소설 작가가 되려면 하루 한편은 써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약을 한 작가’들에게나 해당이 되는 사항이다.
출간이 아니라 계약도 되지 않은 작가들에게, 기성 작가들이 하루에 한 편을 안 쓰면 작가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까?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글쓰기 싫어.’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그리고 이걸 다른 말로 글럼프라고 표현한다. 글럼프에도 여러 가지 대처법이 있다. 그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글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요컨대 평소의 내가 하루에 5천 자를 썼다면, 쓰는 양을 절반으로 줄여도 된다. 웹소설 작가가 하루에 5천 자를 못 쓰면 작가가 아니라고? 어차피 계약도 안 하고 런칭도 안 했는데 기성 웹소설 작가들을 따라 할 필요가 있는 걸까 고민 해 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루에 2,500자를 쓰면 이틀에 5,000자를 쓸 수 있다. 그러나 하루를 놀고, 다음날에 5,000자를 쓴다면 오히려 더 지치게 될 뿐이다.
한번 쉬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번 쉬면 두 번 쉬는 건 쉽고, 세 번 쉬기는 더 쉽다. 정신을 차리면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게 한 달 전, 두 달 전이 된다. 다시 글을 쓰려고 보면 어떻게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하루에 2,500자가 아니어도 좋다.
하루에 1,000자만 써도 괜찮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1,200자씩 써도 된다. 나 또한 초보 작가 시절 지금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상할 정도로 글이 안 써졌다. 당시엔 하루에 2,000자만 쓰고 오후에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고 놀았다. 정신을 차리니 느리지만 작품이 끝나 있었고, 자연스럽게 글 쓰는 속도도 올라왔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한 작가가 되려면, 우선은 쓰기 싫은 글을 억지로 쓸 줄 아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 모두가 회사에 가면 일하기 싫다를 외치는 것처럼, 기성 작가들도 글쓰기 싫다를 외친다.
하루하루가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날이다. 그러나 초보 작가와 기성 작가의 가장 큰 차이는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날에도 글을 쓰는 것, 출근하기 싫은 날에도 출근을 해서 일을 마치는 것이다. 마음속으로 정한 쉬는 날이 아니라, 단순히 글을 쓰기 싫은 날에는 더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날에는 쓰지 않는 게 아니라, 평소보다 양을 줄여서 조금만 쓰면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