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는 말 그대로 어떤 분야에 전문적으로 매달리는 전문가를 말 한다. 반면 아마추어는 해당 분야에 있어 전문가라고 하기 보다는 취미, 혹은 가볍게 즐기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전적인 의미는 그러하지만 실상 우리가 체감하는 프로와 아마추어는 어딘가 느낌이 다르다.
아마추어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 프로는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어 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추어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 느낌이 이상하다. 마치 욕을 들은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이는 웹소설에서도 종종 사용하는 ‘지망생’이라는 용어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지망생이라는 건 말 그대로 아이돌 지망생처럼, 웹소설 작가를 지망하는 초보 작가들을 말 한다. 그러나 우리는 기성임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부족하거나, 초보 작가같은 짓을 할 경우 비하의 발언으로 ‘망생이 같다,’라고 말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지망생이라는 단어도, 아마추어라는 단어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저 희망하고 있을 뿐이고, 취미로 하고 있을 뿐이라면 못 하는게 당연한데, 그걸 두고 ‘못하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리는 것 같아서다.
그럼 그걸 떠나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절대 포기 할 수 없는 사람’이 프로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 본다. 작가님은 어떻게 그렇게 출간을 많이 하셨어요? 글을 어떻게 빨리 쓰세요? 많이 쓰세요?
이건 간단하다. 다른 사람들이 공부할 때, 놀 때, 잘 때, 일 할 때 글썼다. 그러면 내가 아닌 누구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을 쓸 것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유혹이 있다. 재미있는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그 중에서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한 분야’에만 몰두한 사람을 프로라고 생각한다.
나는 글이 아니면 안 된다. 놀러가는 것과 글을 쓰는 것 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글을 선택할 거다. 굳이 웹소설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로 글쓰기를 좋아한다.
무언가를 하나씩 포기해야 한다면, 가장 마지막까지 포기 할 수 없는 것. 그 것이 있는 사람이 그 분야에서 진짜 프로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회의감’이다.
아마추어, 망생이 같다는 건 부족하다는 비하의 의미로 사용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이 글러 먹었다.’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건 회의감에서 찾을 수 있다.
헌데 생각해 봐라, 세상에 부조리가 없는 일이 없고,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한 개도 없다. 이 전 회차에서도 말 했지만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격이 필요하다.
사실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건 그냥 쓰면 된다. 글을 쓰는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워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에는 한가지가 더 숨어 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고 싶다.’라는 거다. 내가 쓰고 싶은 글? 그냥 블로그나 한글 파일을 열어서 쓰면 된다. 그걸 쓴다고 해서 뭐라고 하지 않는다.
솔직해 지면 된다. 돈이든 유명세든, 많은 사람들이 읽어 줬으면 좋겠다는 거지 않나. 당신이 쓰고 싶은 글을 왜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가? 그 사람들에게는 당신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글을 읽게끔 만들려면 당연히 그 만한 자격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격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회의감에 부딪힌다. 또 노력을 한다고 해서 다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흔히 노력을 해라, 이렇게 말을 하는데 내 생각은 틀리다. 노력은 다 한다. 누구나 하는거다. 세상에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노력의 방식과 형태가 다를 뿐이다.
수 많은 노력 속에서 누군가는 성공하고 실패할 뿐이다.
부조리가 없는 업계는 없다. 웹소설 업계에 부조리가 없을 것 같은가? 생각보다 엄청 많다. 업계 부조리? 다른 산업군에 비하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게 무슨 부조리냐고 할 수도 있지만 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전업 작가들 중 열에 아홉은 정신과 약을 달고 산다. 나는 멘탈이 튼튼한 편이다. 하지만 웹소설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했을 때 한가지 생각을 했다.
‘아, 나도 언젠가 정신과에 가야겠구나, 웹소설 작가가 되려면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 각오를 해야겠다.’
정신과 약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 만큼 ‘없던 정신병도 생기게 만드는 직업’이 웹소설 작가다.
웹소설 업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부조리에 회의감이 들어서 웹소설 업계를 떠나신 작가님들도 참 많이 보았다. 나 역시도 가끔 회의감이 든다. 이게 맞을까? 이렇게 하는게 맞을까? 정말 이 산업이 옳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웹소설과 웹툰 업계는 수 많은 작가와 피디들의 수명을 갈아서 유지되고 있는 산업이다.
이건 비단 내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나도, 다른 피디들도 다 똑같은 말을 한다.
이것 역시 이렇게 생각 할 수 있다. ‘한국에 안 그런 산업이 있긴 한가?’ 없다. 내 분야만 가장 부조리가 심하고, 사람이 갈려 나가고, 그렇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본론으로 돌아 와서 그럼 아마추어 작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개인적으로 출간을 못 했냐, 했냐로 아마추어와 프로 작가를 나눌 필요는 없다. 아마추어 작가의 정의는 간단하다.
나의 ‘실패’를 외부의 원인에서 찾는 작가다.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지지 않는 작가다.
프로 작가는 어떤 일, 상황이 있어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 작가들을 모아 놓고 보면 참으로 기상천외한 마감 썰이 많이 나온다. 나 역시 지하철, 열차, 비행기, 12시간 비행후 공항 라운지, 여행지, 차안 마감이 급하면 안써본 장소가 없다.
독하게 글을 써라가 아니다. 마감 날짜가 있으면 지켜야 한다. 그건 당연한 상식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작가들은 마감 날짜를 지키지 않는다. 심지어 마감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않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마감을 하지 못해서 이리저리 핑계만 댄다면 그건 아마추어다.
또한 나의 실패,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외부에서 찾는 작가도 아마추어다. 플랫폼의 수수료가 높다, 심사 통과가 어렵다, 어떤 작가님이 표절을 했다, 이런 부분이 문제라는 건 안다.
그런데 내가 계약을 하지 못하는 건 ‘플랫폼의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야.’ 하면서 애먼 플랫폼이나 다른 출판사 욕을 한다. 요컨대 내가 당사자나 해당자가 되지도 않았으면서 부조리를 욕함으로 인해 나의 실패와 부족함을 탓하는 작가들이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비난하며, 바꿀 수 있는 것에 노력을 하지 않는 작가는 아마추어가 맞다. 플랫폼의 수수료가 과도하게 책정되어 있다고 한다면, 내가 일단 계약하고 해당 플랫폼에 작품을 낸 이후에 목소리를 내면 된다.
플랫폼 수수료에 문제가 있다는 (어디까지나 예시일 뿐이다) 건 사실이지만, 플랫폼 수수료가 높아서 당신의 작품이 계약이 되지 않는게 아니다. 그냥 당신이 계약 할 만한 실력이 안 되어서 계약을 못 하는거다. 플랫폼이니, 출판사를 욕 할 시간에 차라리 실력을 키우고, 글을 한 자라도 더 쓰는게 이득이다.
플랫폼의 수수료가 높은 것과 초보 작가가 계약을 하지 못하는 건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그런데 소위 말 하는 아마추어들은 기성 작가들 보다 더 목소리가 크다.
정작 기성작가들이나 출판사쪽에서는 아무 말도 없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 일에 대해, 이상한 커뮤니티에서 자기들끼리 문제라고 떠들어 대는 경우도 종종 봤다.
그 중에는 정말로 현타가 오고 이게 맞나 싶은 일들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가끔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게 맞나.’ 싶은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다 싶이 그건 어느 업계나 다 있다. 부조리가 싫어서 다른 업계에 가면 부조리가 없을 것 같은가? 있다. 그럼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사람마다 받아 들일 수 있는 부조리와 회의감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었던 유튜브 영상이 있다. 유퀴즈의 최소라 모델님이 나오는 클립 영상이었다. 나는 패션이나 모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너무 공감가는 내용이 참 많았다. 시간 될 때 다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내 몸은 썩어 문드러져 가는데 사람들은 나를 칭찬한다. 패션계에 회의감이 들었는데, 그것 또한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패션이고, 내 자신을 정말 건강하게 만들어야겠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패션계에서 더 오래 일 할 수 있겠다.”
이 말이 정말로 와 닿았다. 회의감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의감조차도 내가 사랑하는 웹소설 업계이며, 글이다.
프로는 결국 그것 조차도 인정하는 사람이다. 물론, 불합리한 걸 받아 들이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내가 업계를 바꾸고 싶으면 내 발언에 힘을 키우면 된다.
그러려면 결국은 업계에서 살아 남는 수 밖에 없다. 그게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