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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Jan 12. 2022

이어플러그

속된 말로 나는 잠귀가 밝다. 안 좋은 말로 하면 예민하다. 신혼 초 남편의 코골이 때문에 몇 번 잠을 설친 후 나는 살길을 찾기 시작했다. 자는 남편을 괴롭혀도 보고 내가 먼저 잠들어도 보고 남편에게 장치를 써줘 봐도 소용이 없었다. 잠을 푹 못 자니 일상생활이 너무 곤혹이었다. 갓난 아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피곤하고 예민해져 갔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이어 플러그였다. 형광, 주황색 손가락 한마디 모양처럼 생긴 일명 귀마개. 예전에 공부할 때도 껴본 적이 없어서 이것을 하면 잠을 잘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렇다고 큰 귀마개를 했다간 잘 때 너무 불편할 거 같았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것을 껴보기로 했다. 이것을 그냥 귓구멍에 밀어 넣었다간 슬금슬금 요상한 소리를 내며 귀를 빠져나오는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세로로 돌돌 말아 구멍에 최대한 밀착시킨 후 이것이 펴지면서 스스로 구멍을 완전 봉쇄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남편이 코를 골던 말던 위층에서 청소기를 돌리던 말던 아주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처음에 이것 때문에 꿀잠을 잤을 때 너무 신기했다. 이 작은 손가락 같은 게 나의 수면 질을 올려주었다는 게.      


이것을 끼면 꼭 누가 따뜻한 손가락으로 내 양쪽 귀를 꽉 막아준 것처럼 주변이 고요해진다. 심하게 뒤치락거리면 이어 플러그 한 개가 없어지는 불상사를 마주칠 수 있지만 그만큼 뒤치락거려도 잘 잔다는 건 이것이 주는 고요함의 힘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이것으로도 커버되지 않는 남편의 심한 코골이가 있는 날도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잠을 못 자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애교로 살짝 남편을 옆으로 돌리곤 한다. 그러면 데시벨이 좀 낮아져 이어 플러그가 나를 지켜줄 것이므로.      


아직도 남편의 코골이로 꿀잠을 이루지 못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각방을 쓰지 말고 이어 플러그를 한번 써보는걸 조심스럽게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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