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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Apr 21. 2023

고구마 vs 감자

쓸데없는 대결구도 만들기

 맛있는 뿌리채소에게 갑자기 웬 대결구도냐고? 황당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꽤 중요한 논쟁거리다.      


 이 대결구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먼저 나의 유년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일단 나의 유년시절은 강원도 산골짜기 시골이었다. 그래서 처음 수원으로 대학교를 갔을 때 ‘배고프면 감자나 옥수수 먹어?’라는 놀림을 많이 받았다. 이 말이 처음에는 대놓고 놀리는 줄도 모르고 순진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부정하고 싶지만 실제로 집에는 항상 감자와 옥수수가 있었고 배고플 때 감자를 깎아 삶아 먹거나 옥수수를 삶아 먹었다. 놀림을 당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 자존심이 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다. 배고플 때 감자를 먹는 게 뭐 어때서? 집에 많이 있으니까. 맛있으니까. 간편하니까. 먹을 수도 있지? 왜 그때는 놀리는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되묻지 않았는지 아직도 후회가 된다.      


 이제 와서 내가 감자를 먹고 컸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감자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남편 덕분이다. 이십 대 후반까지도 나는 감자보다는 고구마를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살았다. 감자는 늘 내 곁에 있었기에 찾아 먹지 않아도 자주 먹었기에 내가 좋아하기보다는 늘 근처에 있어서 먹는다고 생각했다. 그 반면에 고구마는 내가 먹고 싶을 때가 있었고 늘 따로 구매하서 쪄먹거나 구워 먹어야 했다. 한마디로 늘 곁에 있던 감자의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고 살았다.      


 그러던 내가 삼십 대 초반에 남편과 결혼을 하고 수원에서 살게 되면서 감자를 구매해서 먹는 삶을 살게 되었다. 늘 별생각 없이 항상 먹던 감자가 돈을 주고 사 먹게 되니 맛있다면서 극찬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늘 감자를 좋아하는 남편이 옆에서 맛있다는 리액션까지 첨가하니 감자는 하루아침에 정말 너무 맛있는 재료가 되어 버렸다. 


 내가 고구마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이유는 감자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당뇨병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반면에 고구마는 식이섬유가 높고 다이어트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그러나 감자 자체를 두고 봤을 때 육류보다 빠른 시간 포만감을 느끼기에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감자를 좋아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제는 남편보다 내가 감자를 더 많이 찾고 고구마는 겨울에만 한두 번 사 먹는 지경까지 되어버렸다. 사실 고구마나 감자나 둘 다 뿌리채소인 거는 매한가지고 좋아하는걸 더 찾아먹는다고 건강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건 없다. 단지 늘 곁에 있다고 등한시했던 감자를 이제는 즐겨 먹으며 너무 맛있다고 극찬하는 내가 조금 민망할 뿐이다. 


 하. 지. 만 민망함은 잠시일 뿐 감자나 고구마나 맛있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고구마? 감자? 어떤 것을 더 좋아하나? 부먹 vs 찍먹처럼 이 보잘것없고 쓸데없는 대결구도가 나는 너무 재미있다. 먹는 것에 대해 떠드는 것만큼 흥미로운 일이 있을까. 그럼 다음에는 어떤 대결구도를 가지고 와서 떠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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