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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Jan 26. 2022

아임 드렁큰

우리의 술자리는 항상 나는 딱 한 잔만 더 먹겠다고 하고 주변 사람들은 그만 먹으라고 하는 실랑이에 흐지부지 끝이 난다. 

    

술은 먹다 보면 기분이 자연스럽게 두둥실 좋아진다. 그러면 이 기분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마구 솟구친다. 끝이라는 건 없었으면 좋겠다고 제발 나랑 이 기분을 더 즐겨달라고. 아직 밤이 깊지 않았다고 말이다. 


     

도대체 절주라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술은 취하려고 먹는 것이고 절주 따위는 잊어버려야 하는데 사람들은 왜 술을 먹으며 힘들게 절제를 하는가. 그렇다고 내가 숙취가 없는 축복받은 몸도 아니다. 나는 숙취가 심한 저주받은 몸이다. 술 먹은 다음 날은 정도의 차이를 두고 두통, 구토, 피부 트러블이 삼 종 세트로 나에게 다가온다. 그래도 양심상 유독 숙취가 심한 날은 잠깐 생각한다. 다시는 술을 먹지 않겠다고. 하지만 또 그다음 날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술을 떠올린다. 


왜 나는 술을 끊지 못할까.      



이렇게 말하면 너무 알코올 중독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술이 좋은 건 싫은 것보다 100가지의 이유를 더 말할 수 있다. 게다가 혹시나 질려할까 봐 종류도 얼마나 다양한지 소주, 맥주, 양주, 와인, 막걸리를 돌아가면서 맛본다면 절대 질릴 리 없다. 하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절대 모른다. 이런 걸 모르고 살다 죽는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제발 모르는 사람 없게 해 주세요.     


술이란 건 어떤 안주와 누구와 어디서 먹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하나의 조건도 달라지면 그날의 술맛이 달라진다. 어떻게 세상에 이런 존재가 있을 수 있는지 볼수록 신기하다.     


술은 나의 인생에서 모든 심오한 고민으로부터 나를 멀리 던져버리는 도피처이며 인생의 동반자다. 말할 때마다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며 주기적으로 생각나고 맛있는 걸 먹으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존재가 이 세상에 또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열 번 넘게 너를 생각하고 참고 또 참아보지만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해 두 번은 너를 만난다.     


오늘도 나는 쏘맥을 말아 마시며 하루의 고단함을 삼키고 호탕하게 웃어넘긴다. 이 녀석이 없었다면 이 고단함을 어찌 삼켰단 말인가. 이 짧은 글을 공감한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애주가라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혹 공감하지 못한다면 이 비통함을 어디다 알려야 할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중독자는 아니며 술을 억지로 권유하지도 않습니다만 술이 주는 행복에 대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고맙다 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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