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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Jan 27. 2022

브라만 안 할 수 있다면


예전에 남편과 이 주제로 심각하게 탁상공론을 벌인 적이 있다.     

 


남자가 집에서 팬티를 입고 있는 것 VS 여자가 집에서 브라를 하고 있는 것. 




그렇다.      


나는 브라를 안 할 수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벗어버리고 싶다. 그런데 남편이 브라보다 팬티를 입고 있는 게 더 불편하다고 태클을 걸어왔다. 아니 브라 안 입어봤잖아. 난 팬티도 입어봤다고. 난 심지어 팬티랑 브라를 동시에 입는다고.      


해외에서는 여자들이 브라를 안 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왜일까. 

우리나라는 유독 이 부분에 민감하고 여자가 브라를 안 한다는 걸 정말 망측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남자들의 젖꼭지가 옷 위로 도드라지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나라다.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 누구라도 사람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신체 부위를 우리는 언제부터 부끄러워하게 돼버렸을까.     


일단 브라가 얼마나 불편한지 설명하자면 복잡하게 불편하다. 브라를 착용하면 가슴을 단단히 잡아준다는 게 있지만 이건 포장된 개소리다. 단단히 잡아주는 게 아니라 가슴을 답답하게 꽉 잡고 있다. 게다가 여름에 땀이라도 나면 브라 가슴골에 차는 땀과 뒤쪽 끈에 차는 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목 뒤에만 땀이 있어도 찝찝한데 도통 통풍을 할 수 없는 곳에 있는 축축함이란 정말 최악이다. 그래서 과연 브라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검색해 보았다.      


나무 위키에서는 오랫동안 노브라 상태로 있으면 유방의 모양을 잡아주는 쿠퍼 인대에 걸리는 하중이 많아져 상대적으로 인대가 끊어져 늘어나는 시기가 빨라지고 최종적으로 더 많이 처지고 벌어진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브래지어는 바로 이러한 유방 노화 현상을 어느 정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브라를 하는가.      



게다가 브라는 빨래하기도 쉽지 않다. 매일 손빨래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대충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간 패드가 다 빠져나오고 끈이 늘어나는 참사를 경험할 수 있다. 도대체 이것은 사용부터 세탁까지 편한 것이 하나도 없는 존재다. 그리고 노 와이어 브라라고 신박한 척하는 것이 있는데. 물론 일반 와이어 브라보다 편하긴 하다. 하지만 진짜 편한 건 브라를 아예 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등에 살이 있는 나 같은 체형은 브라를 하면 브라라인 위로 올라오는 등살을 볼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 열심히 운동해도 등살은 어떻게 빼는 것인지 좀처럼 빠지지 않는다. 브라를 착용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았을 등살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확인시켜준다.      



왜 우리는 남의 시선을 위해 나의 편함을 묵살하며 살아야 하는가.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라를 하고 않고는 개인의 자유이며 유무를 통해 손가락질하거나 색안경 끼고 바라보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야 브래지어 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할머니쯤 되면 이런 세상이 올까. 할머니쯤이라도 이런 세상이 올 수만 있다면 나는 오늘도 목에 핏대를 새우며 의미 없는 탁상공론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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