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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Feb 09. 2022

열심히 하는 것보다
어려운 꾸준히 하는 것

설렁설렁 요가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중에 나는 열심히는 잘하지만 꾸준히는 못 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꾸준히 하는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요가.


사실 꾸준히 한다고 말하기도 좀 부끄러운 게 요가를 하게 된 지는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나는 꾸준히 하는 것이 없다. 처음 요가를 시작한 것은 직장생활 2년 차였다. 그때 요가를 시작한 이유는 다이어트였다. 한참 핫요가가 인기를 끌었고 직장생활에서 쌓이는 연차만큼 술자리와 야식이 늘면서 나의 뱃살도 늘어나고 있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처음 운동을 해보고자 찾아본 것 중에서 제일 흥미가 생기고 하고 싶었던 것이 요가였다. 헬스는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할 자신이 없었고 기계 위에 올라가 단순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재미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PT를 받을 돈도 없었다. 그리고 에어로빅이나 스피닝은 뭔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요가를 선택했다. 앞에서 누가 알려주기도 하고 평소 유연함은 좀 자신이 있었기에. 게다가 핫요가라니. 난 찜질방도 좋아한단 말이야. 아주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 근처 핫 요가원에 한 달을 등록했다. 생각보다 요가는 곧잘 따라 하다 보니 재미있었고 땀도 나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일단 내가 내 몸에 집중할 시간을 갖는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꾸준히 하니 불어난 살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2년을 다녔을까. 배에 복근 그림자 같은 게 생길락 말락 하는데 갑자기 지겨웠다. 난 늘 이런 식이다. 어느 날 갑자기 왜 요가를 계속 다니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자 다음 달 연장 등록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요가를 쉰 지 3년이 흐르고 내 몸은 요가를 하기 전의 상태로 200% 돌아갔다.      

그리고 직장생활 7년 차가 되자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인지 어깨 통증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할 때 워낙 어깨를 많이 쓰기도 하고 잘못된 자세가 통증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생각난 게 요가였다.      


몸이 아파서 다시 시작한 요가는 신세계였다. 이번에는 핫요가가 아닌 일반 요가를 시작했다. 그런데 요가를 다시 시작한 지 2주 만에 만성 통증이었던 어깨가 새것이 되어 돌아왔고 몸 컨디션이 훨씬 좋아졌다. 그 후로 어쩌다 보니 6년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아 혹시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하는 말인데 이 말은 하루도 빠짐없이 요가를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을 하고 중간에 휴가를 간다거나 일이 있으면 1~2주 정도 휴식을 하면서 요가를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열심히는 잘해도 꾸준히는 잘 못 하는 사람이라 2년 전 코로나가 터져 요가원이 문을 닫았을 때 살짝 좋아했다. 코로나를 핑계로 처음으로 정당하게 쉴 수 있었다. 내심 쉬고 싶었지만 몸에 죄악을 저지르는 죄책감과 꾸준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 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가를 쉴 때보다 요가를 하고 있을 때 확실히 몸 컨디션이 좋고 내 몸 구석구석에 윤활제를 바른듯한 부드럽고 가뿐한 중독이 나를 계속 요가하게 한다. 이제는 요가를 못 가는 상황이 생기면 혼자 집안에 매트를 깔아놓고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직성에 풀리는 수준까지 왔다. 이 정도면 중독 입문이 아닌가.     


열심히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쉽다. 죽어라 짧게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꾸준히 한 다는 건 정말 진심이어야 가능하다. 나는 요가에 진심이다. 정적인 노래 속에서 오롯이 내 몸에 집중하며 동작을 하다 보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게 된다. 평소 내가 이렇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리를 잘 찢는다거나 발가락이 머리에 닿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 집중하는 건강한 시간을 꾸준히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에 치여서. 관계에 치여서. 다른 사람들만 신경 쓰고 있는 시간 속에서 본인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하루에 얼마나 되는지 한번 생각해 봐라. 사람들이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요가가 주는 몸의 윤활제를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      



여전히 꾸준히 한 다는 건 어렵지만 이렇게 설렁설렁한다면 앞으로 딱 40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설렁설렁 요가원으로 향한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ZM7SJwDEwCJUpxKFnpKl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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