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공수정일기

프롤로그

by 박성희

결혼한 지 5년 차.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


나보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이 결혼 후 한참 아이 소식이 없을 때 '왜'라는 생각만 했을 뿐 그것이 내 일이 될 거라는 건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 했다. 오히려 이제는 그 친구들에게 늦게라도 아이가 둘씩이나 생겼고 여전히 나는 제자리걸음이다. 어쩌면 나만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 달 한 달이 무섭다.

결혼하고 피임을 하지 않으면 아이는 당연히 생기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내가 평소에 몸에 안 좋은 것을 많이 먹고 안 좋은 일을 많이 했나. 나도 모르게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자임 시도를 한지 삼 개월째 처음 두 줄을 봤고 두 줄을 본 지 열흘 만에 하혈 후 삼 년이 다 돼가도록 두 줄을 한 번도 못 봤다. 남들은 쉽게도 보는 것 같은 두 줄이 왜 이렇게 나는 힘이 들까. 원망도 해보고 애원도 해보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게도 좋아하는 술 때문인가 싶어 일 년 넘게 술도 끊어 보고 임신하는 데 한약이 좋다기에 약도 잘 못 먹는 내가 일 년 육 개월을 한약을 먹었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여자한테 좋다는 흑염소도 삼 개월 먹어봐도 아기천사는 뭘 하는지 도대체 아무런 소식이 없다.


나이를 자꾸 먹고 초조해져 난임 병원에 다니며 숙제 날을 받아봐도 인공수정을 해봐도 결과는 같았다. 이건 도저히 확실한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노력을 해도 안 생길 수가 있냐는 생각이 들 때쯤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직도 나는 한 달 한 달 기대하고 실망하고를 반복하고 있지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같이 힘을 낼 수 있기를. 나에게 오는 아기천사가 힘들어 잠시 쉬고 있는 것일 뿐 언젠가는 꼭 와주기를.




인공수정일기는 주 1회 연재하며 추후 인공수정일기 브런치 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