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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시험관을 해
다들 그렇게 말했다. 차라리 확률 높은 시험관을 하라고. 인공수정은 성공률이 높지 않다고. 물론 아이를 가지기 위해 힘들게 노력하고 있으니 좀 더 확률 높은 것을 하라고 안타까운 마음에 권유해주는 것이겠지만 시험관과 인공수정은 확실히 다르다.
인공수정이란 여성의 난자를 3-4개 정도까지 과배란을 시켜 배란기에 남편의 정액을 받아 특수 처리를 한 후 가느다란 관을 통해서 자궁 속으로 직접 주입하는 시술이다. 시험관이란 난자를 한 번에 최대한 많이 만들어 몸 밖으로 꺼내어 유리관 안에서 정자와 결합시키고 60시간을 배양한 뒤, 건강한 배아를 골라 다시 모체로 옮겨 자궁에 착상시켜 완전한 태아로 발육시키는 시술이다.
이렇게 말 만들어선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나도 임신이 안 되고 난임 병원을 가기로 마음먹기까지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쉽게 말해 인공수정은 정자를 자궁에 넣어주는 것이고 시험관은 난자와 정자를 모두 꺼내서 수정을 시켜 다시 자궁에 넣어주는 것이다.
시험관에 비하면 인공수정은 굉장히 간단한 시술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지 인공수정이 쉽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난임 시술을 한 다는 건 그 시술이 무엇이든 많은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한 발짝 내딛는 것도 두려운 사람에게 다들 차라리 점프하라고 하니 그마저도 주저하게 돼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 말한다. 아직 간절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진짜 간절하면 무엇이든 한다고.
왜 이렇게 쉽게 말할까.
아니 왜 이렇게 쉽게 들리게 말할까.
혼자 생각해줄 수는 없는 걸까. 난임이 힘든 건 끝이 보이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참견과 시선이 더 힘들게 한다. 우리가 왜 난임 인지도 아직 받아들이질 못했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와주길 바랬다. 비혼 주의자였던 우리가 만나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심한 것처럼 아이도 그렇게 와주길 바랬다. 그리고 자연임신을 시도한 지 삼 개월 만에 두 줄을 봤다. 그리고 열흘 뒤 하혈을 했다. 그 후로 삼 년 동안 한 번도 두 줄을 보지 못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다. 매달 배란일을 체크하고 조심하고 몸에 좋은 것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인공수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위적인 걸 싫어하고 겁이 많은 나에게 인공수정을 한 다는 건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