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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 1차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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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우리는 경기도 난임 한약 지원사업으로 한약을 3개월씩 둘 다 먹었다. 그리 좋아하는 술도 끊고 열심히 한약을 챙겨 먹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기천사는 우리에게 와주지 않았다. 그렇게 또 3개월이 지났다. 이렇게 매달 임신을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


공식적으로 한약 지원사업을 하게 되면 3개월 동안 난임 시술은 받을 수 없다. 한의사분 말에 의하면 나라에서는 사업이기 때문에 어느 쪽에 효과가 더 높은지 수치로 확인을 해야 해서 동시에 진행하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막아놓았다고 하셨다. 하지만 솔직히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가장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안타까워하셨다. (이것 때문에 한약 지원 사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뭐 의사의 소견과 우리나라의 제도가 맞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3개월은 빨리 지났고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릴 수 없어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여자에게 흑염소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약을 먹기 시작한 것도 큰 마음가짐이 필요했지만 흑염소는 정말 난감했다. 한약은 냄새라도 맡아본 적 있지만 흑염소라니. 흑염소를 어떻게 먹는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주변의 권고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기로 마음먹은 지금 해보자는 결단을 내렸다. 우려했던 거와 달리 한약과 비슷한 맛이었던 흑염소를 두 달 챙겨 먹었다. 하지만 역시 아기천사는 오지 않았다.


결국 남편과 오랜 상의 끝에 인공수정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생리 시작 후 3일 뒤 난임 병원에 갔다. 간단한 검사 후 원장님과 짧은 상담을 하고 배 주사와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5일 동안 하루에 한 번 약을 먹고 배 주사를 맞고 병원이 지정하는 날짜에 배란일을 확인하러 갔다. 처음에는 내가 내 배에 주사를 놓는다는 게 너무 겁이 났다. 바늘에 스치기만 해도 아픈데 내가 내 눈으로 뾰족한 바늘을 배에 찌른다는 게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하기로 했으니까 용기를 내야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난임 병원에 갔다. 난포가 몇 개 커졌고 언제 시술을 하자는 답변과 주사기 두 개를 더 받았다. 지난번 방문 시 검사했던 나의 갑상선 수치가 정상에 해당되지만 임신하기에는 좋은 수치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갑상선 약을 먹자는 결론이 나왔다. 혹시 이것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자꾸 원인을 찾고 있다.


배 주사와 약은 한 달에 한 개씩 나오는 난자를 최소 3~4개는 나오게 한다. 한 달에 한 개만 난자를 만들어도 아랫배가 빵빵한데 3~4개가 커지니 느낌도 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받은 배 주사는 절대 시간을 어기면 안 된다는 간호사의 당부에 회사에서 일하는 중간에 눈치를 보며 맞았다.


그리고 며칠 뒤 남편과 휴가를 내서 난임 병원에 갔다. 먼저 간호사가 남편의 이름을 부르면 남편은 정자 채취실로 들어간다. 여자에 비하면 남자가 하는 일은 별거 아니라지만 채취실로 들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 대신 전투를 나가는 것 같은 전우의 마음이 피어올라 좋지 않다. 그리고 남편이 돌아오면 2시간의 정자 처리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이제 정자는 내 몸으로 들어올 모든 준비가 끝난다. 2주 정도 약을 먹고 주사를 맞고 초음파를 보고 한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해온 거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디어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르면 초조한 마음으로 침대가 여러 개 있는 시술실로 들어간다. 사방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어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청각으로 내 모든 신경이 집중된다. 인공수정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으니까 괜찮다며 긴장되는 마음을 붙잡아 본다.


잠시 후 간호사가 작은 통을 들고 남편 이름을 귀찮을 정도로 재차 확인한다. 그리고 차갑고 불편한 것이 내 아래에 와서 닿는다. 의사 선생님 역시 한 번 더 남편 이름을 확인하고 시술을 시작한다. 분명히 아무 느낌 없다고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나도 모르는 몸 어딘가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옆 침대는 이 정도면 끝났던 거 같은데 왜 나는 아직도 끝나지 않는 것인지 식은땀이 나고 언제 끝나냐고 묻고 싶지만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많이 아프시겠는데.... 조금만 참으세요.”



눈물이 한 방울 뚝 떨어지고 3분 정도 흘렀을까 드디어 끝이 났다. 수고했다는 한마디와 함께 선생님이 사라지자 옆에 있던 간호사에게 하소연했다. 원래 이렇게 아프냐고. 다들 안 아프다고 했는데 왜 나만 이렇게 아프냐고. 간호사분이 안쓰러웠는지 그저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다음에는 안 아플 거라는 위로와 함께. 저는 다음은 없었으면 좋겠는데요.



15분 정도 누워있다 가라는 말에 누워있는 내내 훌쩍거렸다. 서럽고 엄마가 보고 싶고 다들 안 아프다던데 왜 나는 억울하게 아픈 것인지. 어린아이처럼 계속 울었다. 정신없이 울다 보니 옆 침대에서 나가는 인기척이 들리자 나도 몸을 일으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기다리던 남편을 마주하자 나도 모르게 펑펑 울어버렸다. 당황한 남편이 나를 다독여주었고 그렇게 우리의 인공수정 1차는 끝이 났다.



ps 이 글은 저의 경험이며 대다수가 아프지 않게 시술이 끝납니다. 이글로 너무 겁을 먹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난임부부가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참고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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