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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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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2주 뒤에 뵙겠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예전에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막장드라마 사랑과 전쟁에서 자주 듣던 4주 후에 뵙겠습니다. 와 비슷한 느낌이다. 정말 이혼을 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만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오라고 주는 시간이 4주다. 하지만 난임 병원에서 2주 뒤란 시술 뒤 지독한 기다림의 2주라고 할 수 있겠다. 2주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많은 증상 놀이를 하며 혹시 이번에는? 아니야! 를 반복하며 좋은 음식들을 챙겨 먹고 태몽과 유사한 꿈을 꾸며 지나가지 않은 2주를 기다린다.


아무리 다른 일을 하며 신경을 돌려보려고 해도 이번에는 인공수정을 했으니까 평소 자연임신 시도보다는 확률이 높을 텐데 이렇게 운동을 해도 되나? 이걸 먹어도 되나? 쓸데없는 걱정을 100개쯤 하면 2주가 지나간다.

하지만 사실 전문가들이 말하길 인공수정과 자연임신 시도는 확률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도 혹시 이번에는 다른 시도를 했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을 온전히 비워내기가 너무 어렵다. 난자가 3개나 나왔고 배란일에 정확하게 정자를 내 몸에 넣어줬기 때문에 이 정자들이 내 자궁에 내가 모르는 구멍이 있지 않고서야 난자와 만날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몸조심만 한다면 착상이 잘 되어서 아기가 생기는 게 아닌지. 계속 기대를 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언제부터 임테기를 해 볼 것이냐이다. 너무 일찍 하게 되면 주사의 영향으로 두 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10일은 지나야 주사의 영향이 사라지고 순수 임신 성공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10일 뒤 얼리 임테기를 하고 한 줄이 나오면 너무 빨리했나. 내일 다시 해보자. 그리고 그다음 날도 한 줄이 나오면 그래 14일이니까 아직은 안 나올 수 있어. 내일 또 해보자. 이렇게 하루하루를 의심하고 적은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된다. 내가 이렇게 긍정적인 사람이었는지 임테기를 하면서 깨우친다. 그러다 보면 매일매일 임테기의 노예가 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연임신 시도를 할 때도 매달 임테기의 단호박 한 줄을 경험한 나로서는 미리 해보지 말자는 교훈을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막상 한 줄이 나왔을 때의 그 실망감과 상처란. 그래서 절대 해보지 말자. 그냥 14일 날 피검사로 결과를 알자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2주 뒤 병원에 도착하니 간호사가 물었다.



“아침에 임테기 해보셨나요?”

“아니요”

“그럼 피검사하고 혹시 임신이면 두 시간 뒤에 다시 내원하셔야 합니다”

“저 출근해야 하는데요?”

“그럼 지금 임테기를 해보고 오세요. 한 줄이면 상관없는데 두 줄이면 두 시간 뒤에 무조건 오셔야 해요”


아 그냥 임테기 해보고 올걸. 임테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왔건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속 편하게 해 보고 올 걸 그랬다. 그래서 병원에서 비용을 내고 임테기를 했다. 작년에 인터넷으로 산 임테기가 집에 쌓여있는데. 이렇게 바보 같을 수가.


혹시나 두줄이 나오면 두 시간 뒤에 다시 병원에 와야 하는데 직장에 뭐라고 말해야 하나 설레발을 하며 임테기를 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임테기는 또 한 줄이 나왔다. 언제쯤이면 한 줄짜리 임테기에 상처를 안 받을 수 있는지.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나는 또 기대를 했었나 보다. 그리고 나는 피검사를 하고 출근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버스 안에서 나는 또 인공수정 후기를 찾아보며 임테기에 한 줄이 나왔지만, 피검에서 임신 수치가 나온 후기를 찾아보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포기가 안 될까.


결국 인공수정 1차는 실패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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