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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인공수정을 실패하고 한 달 쉬기로 해놓고 남편과 나는 계속 쉬고 있다. 그 시기쯤 우리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렇게 힘든데 인공수정을 어떻게 해.라는 생각이 들어서 둘 다 이야기 꺼내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직장에서 ‘서비스가 너무 없다’라는 고객의 말을 듣고 나의 이성은 끊어졌다. 전문직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직이라는 소리를 듣는 직업. 13년째 일하고 있지만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퇴사를 결심했다. 남편도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알기에 혼자만 퇴사하겠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평소 서로가 힘들어할 때 ‘그만둬 ‘라는 말로 위로를 해주던 우리였다.
“여보.... 나 그만두고 싶어.”
평소 불만을 토로하며 소리치던 퇴사와 다른 퇴사라는 걸 느꼈는지 남편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래. 좀 쉬어 여보”
6년을 쉬지 않고 일했고 그렇게 나는 퇴사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쉬었다. 남편의 배려 덕분에 친정에 2주 정도 다녀오고 평소 내가 배우고 싶었던 제과, 제빵 학원에도 다녔다. 그러자 다시 인공수정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에는 스트레스가 제일 문제라던데 스트레스가 없는 지금. 다시 하면 이번에는 아기천사가 와주지 않을까?
나는 또다시 기대라는 풍선을 힘껏 불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수원은 난임부부에게 제공하는 난임시술 지원비가 있다. 먼저 시술비 신청은 여자가 해야 하며 정부 24에서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가능하다. (필요한 서류와 자격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정확한 건 사이트에서 확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신청 서류>
1. 난임진단서
<난임부부 시술비 신청 자격>
기준 중위소득 180% 이하 (즉 2인 가구 시 두 명의 건강보험료 중 높은 사람 100 적은 사람 50프로를 합쳤을 때 194,212를 넘지 않아야 한다.)
정부 24로 신청 시 지원 수수료는 없고 인공수정을 시작하려고 생리 시작 2-3일 뒤 병원에 방문하는 날까지 꼭 신청을 해야 한다. 신청한 날부터 지원이 가능하며 만 44세 이하는 인공수정 1~3회는 30만 원까지 지원 가능하고 4~5회는 20만 원까지 지원 가능하다. 만 45세 이상은 1~5회까지 20만 원 지원 가능하다. 보통 시술을 하고 나면 지원금이 남아서 약 처방전까지 신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1, 2차 때는 자격이 되지 않아 지원받을 수 없었다. 내가 퇴사했기 때문에 퇴사 후 1달 뒤부터는 지원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3차를 시작했다.
내공이 쌓였는지 3차를 진행하니 1, 2차보다 훨씬 수월했다. 이번에는 남편의 정자도 질이 좋아졌고 나 역시 약에 반응이 좋아서 난포가 6개가 커졌다. 그러면 안 되는데 자꾸만 기대를 하게 된다. 남편이 휴가를 내고 인공수정 3차를 했다. 같이 시술을 하고 집에서 쉬다가 몸보신하러 장어를 먹으러 갔다. 너무 많이 걸어 다니면 안 좋다며 반찬 리필부터 필요한 것 하나하나 갖다 주는 남편을 보며 이번에는 꼭 아기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영겁의 2주가 지나고 임테기에는 또 한 줄이 나왔다.
1, 2차보다 기대를 많이 해서였을까. 지겨운 한 줄을 보니 나도 모르게 펑펑 울어버렸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아기천사는 와주지 않는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