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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볼 수 있는 건 이제 다한 것 같다.
인공수정 3차를 실패로 확정받은 날. 나의 담당 선생님은 당연한 순리라는 듯 다음에는 시험관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늘도 지친 우리 마음을 알았는지 3차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미국 장기출장이 결정됐다. 심각한 코로나와 미쳐 다 다니지 못한 제과제빵학원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우리는 몸을 실었다.
어쩌면 그렇게 도망치듯 미국으로 갔다. 자연스레 몇 개월간 배란일 체크나 인공수정 따위 할 수 없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렇게 신경 쓰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아이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몇 개월간 스트레스 없고 무리하지 않아도 아이는 오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처음부터 절대 시험관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인공수정을 시작했다. 왜 그렇게 시험관을 하고 싶지 않냐고 묻는다면 각자의 가치관은 다르고 현재 힘들게 시험관을 하는 분들도 있기에 굳이 이유는 적지 않겠다. 다만 우리 부부가 하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과 고민을 통해서 내린 결론이므로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가 시험관을 하지 않는 이유는 사소하고 비겁한 변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공수정을 3번째 실패한 지금. 우리는 상의 끝에 다시 한번 시험관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정말 시험관을 하면 한 번에 아이가 와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시 이 터널 끝에 우리 둘만 손을 잡고 나오게 되더라도 시험관은 하지 말자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 남편과의 일상도 충분히 행복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의 최선을 다했기에. 혹시 오십이 넘어 왜 시험관을 하지 않았냐고 서로를 원망하게 되더라도 지금의 선택에 만족하며 살고 싶다.
아이가 있는 삶이 주는 행복과 아이가 없는 삶이 주는 행복이 다르기에 우리는 다른 길로 또 행복하면 되니까. 인공수정 다음 단계가 꼭 시험관은 아니기에. 우리는 시험관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험관을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하며 여전히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시험관까지 하는 것이 꼭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며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망설이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글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후회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후회할 걸 알아도 우리가 지금 더 할 수 있는 건 없다. 후회하지 않아도 후회하더라도 지금을 즐기며 우리가 생각하는 소신에 맞게 살고 싶다. 누군가 우리를 손가락질하고 바보 같다 할지라도 괜찮다. 우리에게 오는 아기천사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도 이 터널을 나갔을 때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몇 개월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