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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검사를 하고 임신 수치가 나온다면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원장님이 직접 전화를 해주고 만약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12시쯤 간호사가 전화해준다고 했다. 경연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도 아닌데 합격과 불합격처럼 통보하는 사람과 시간도 다르다고 하니 11시가 넘어가면서는 마음이 우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12시 30분이 되어 직장동료들과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에 앉자마자 전화가 왔다. 메뉴도 고르지 못하고 허둥지둥 전화 좀 받고 오겠다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OOO 님 안녕하세요. OO병원입니다. 오늘 아침에 피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임신 수치는 0.4로 비임신으로 나왔습니다]
[아.. 네]
[생리하시고 2~3일 뒤에 병원으로 내원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아닌 줄 알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확인사살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아픈 걸 또 해야 하고 아기천사는 이번 달에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생리 2~3일 뒤에 방문한 난임 병원에서는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인공수정 2차를 이어서 진행할 것인지 물었다. 가만히 앉아서 되지도 않는 자연임신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겠다고 했다. 처음은 운이 안 좋았을 수도 있어 한 번만 더 해보자. 한 번에 성공하는 건 로또라고 했으니까 한 번 더 하면 정말 아기천사가 와줄지도 몰라.
그렇게 우리 부부는 2차를 진행했고 1차와는 다르게 2차는 난포가 더 많이 자라주었고 시술은 처음만큼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또 실패했다.
연이어 두 번의 실패의 쓴맛을 본 우리는 힘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난포가 더 많이 자랐기 때문에 난소가 좀 부었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3차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한 달 정도 쉬고 진행하자고 하셨다. 어쩌면 한 달 쉬자고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대답할뻔했다. 바로 이어서 3차를 진행할 자신이 없었다. 시험관을 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우울해하는 내 마음을 달래주고자 남편이 맛있는 것을 먹자고 했다. 어차피 한 달 쉬는 김에 임신 생각하지 말고 쉬자. 그래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받지.
그래서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연어를 사 오고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아가야 이번 달은 엄마, 아빠도 좀 쉴게. 괜찮으니까 천천히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