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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관 조영술에는 유명한 속설이 있다. 아프다 안 아프다를 떠나서 조영술 후 임신이 잘된다는 속설. 어느 정도 근거 있는 이야기에 혹시나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번 달에도 아기천사는 오지 않았다.
유명한 속설 따위 역시 나한테는 안 통하는구나. 처음 계획했던 데로 경기도 난임 한약 지원사업으로 한약을 지원받기로 했다. 필요한 서류도 다 제출했고 사업에 참여 중인 한의원 중에서 집과 가까운 곳으로 지정을 하고 진료를 받으러 남편과 함께 갔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한의사 분과 상담을 진행했다. 오랫동안 난임 한약 지원사업을 진행해오신 분이라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그런데 난임 진단서를 받을 때는 듣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한방 쪽에서 검사 결과를 봤을 때 남편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직진 운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임신에 성공하려면 정자의 운동성을 더 올려줘야 한다고 말이다.
갑자기 그렇게 찾아 헤매던 이유가 이건 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사분의 말에 당황한 남편이 자전거를 오래 탔는데 그게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니냐는 둥 산부인과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사실이 맞는 거냐고 물었다.
그동안의 힘듦과 마음고생이 어쩌면 남편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억울함과 원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나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반대로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나왔다면 어땠을까. 내 성격상 죄책감과 미안함에 더 힘들었을 거라는 결론이 나오자 못된 마음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남편도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하고 좋아하는 술도 줄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서로 원망만 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힘내서 손을 맞잡고 등불을 나눠 들며 터널을 걸어가기에도 부족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난임이라고 하면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거냐고. 문제가 있어도 없어도 아이가 생기는 건 정말 알 수 없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문제가 없다고 하면 또 사람들은 말한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고. 마음을 편하게 먹는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없었다. 매일매일 배란일이 언제인지 생각하고 생리 예정일 기다리면서 3년을 지내고 있다. 잊어버리고 싶어 여행을 가고 하고 싶은 걸 하며 바쁘게 살아도 도저히 잊히지 않는다.
어쩌면 정말 내가 마음을 편하게 먹지 못해서 아기천사가 오지 못하는 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와 남편을 쏙 빼닮은 아이가 생기는 행복을 마주하고 싶어 더 안달이 난다. 대한민국에서 난임 부부로 산다는 건 정말 힘이 든다. 그렇다고 중도 포기할 수도 없다. 아직 만나보지 못한 우리 아이가 너무나 궁금하고 보고 싶고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혹시 주변에 난임 부부가 있다면 그 어떤 말보다 고생한다고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다. 섣부른 충고나 질문이 아닌 고생한다는 한마디. 간절히 바라는 마음만큼 본인들이 알아서 많이 알아보고 노력하고 있으므로 말이 아닌 따뜻한 시선만으로도 충분하다.
난임부부에게 충고란 어두운 터널 속에 보이지 않는 돌부리가 될 수도 있으니 따뜻한 시선으로 터널을 밝혀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