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우리 부부는 이제 난임 3년 차다. 누가 보기엔 짧고 또 누군가 보기엔 길다. 여전히 아이를 기다리고 있지만 예전처럼 매달 배란일을 체크 하거나 난임 병원을 쫓아다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말의 미련에 임테기를 집안에 쟁여두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아이가 찾아왔어요.라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는 오지 않았고 아이가 오지 않아도 새드 앤딩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닮은 아이를 갖고 싶었다. 이 마음은 내가 폐경을 하게 되기 전까지 절대 버리지 못하는 마음일 것이다.
인공수정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마지막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수없이 고민해 왔다. 우리는 인공수정을 4차까지 진행했고 4차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시술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남편과 나는 열심히 등불을 나눠지며 터널을 걸었고 끝이 보이지 않아 그만 터널을 나오려고 한다.
우리의 미래에 아이가 없는 것이 절대 부족이나 불행은 아니며 어쩌면 아이 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축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면서 난임시술로 내 시간과 마음을 낭비하지 않고 살기로 했다.
우리처럼 인공수정 시술을 받다가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시험관으로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성공의 유무가 절대 부부의 잘못이 아니며 이것은 우월을 따지는 조건이 될 수 없으므로 마음을 조금 더 편하게 가질 수 있기를. 나도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고 어쩌면 아직도 마음을 편하게 먹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배우자가 있고 희망이 있으므로 다른 행복들을 더 누리며 아이를 기다렸으면 좋겠다. 아이를 기다리는 일이 막막하고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즐기며 아기천사를 기다릴 수 있기를. 어쩌면 이 글은 나를 향한 다짐일 수도 있지만 이 짧고 얕은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인공수정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드디어 글을 끝내려 합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 혹 나에게 아기천사가 오게 된다면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너를 가지려 노력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난임 부부에게 아기천사가 늦게라도 꼭 오기를
'인공수정 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