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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May 16. 2022

나만의 도서관

나는 기계치는 아닌데 기계에 관심이 좀 적은 편이다. 강조하는데 절대 관심이 없는 건 아니고 적다고 해두자. 왜냐하면 일단 기계들은 차갑고 이롭지만 어딘가 정이 가지 않는다. 이게 무슨 조선시대 선비 같은 소리냐고?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기계에 관해서는 좀 보수적이다. 기계가 주는 편함보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낭만적인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부러 기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노력한 것도 있다. 일단 인간이란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면 소유하고 싶고 소유하지 못하면 속상한데 기계를 소유하려면 필수적으로 돈을 요구한다. 저렴하면서 유용하고 쓸모 있는 기계는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낭만적인 것을 포기하고 좋아하게 된 유일한 기계가 있다. 바로 이. 북. 리. 더. 기


사실 나는 책을 참 좋아한다.

좋아한다고 독서왕처럼 한 달에 30권 이상을 읽어 해치운다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종이로 된 책을 좋아한다. 종이의 얇고 두껍고 매끄럽고 거칠고 그런 개성 있는 질감을 느끼며 한 장씩 넘겨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쉬는 날은 바쁘더라도 꼭 도서관에 직접 가서 마음에 드는 책 제목을 선택하고 책을 펼쳐 훑어보고 3~4권을 골라 무겁게 대여해 오는 수고로움을 자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나에게 친구가 이북리더기를 추천해 주었다. 힘들게 도서관을 왔다 갔다 할 필요 없고 가벼워서 어디든 들고 가서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나는 거부감이 들었다. 책이란 자고로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한 장씩 넘기면서 보는 게 좋은데 차갑고 딱딱한 기계를 들고 감성 없이 스위치를 누른다는 게 너무 시시해 보였다. 그래서 계속 무시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로 도서관이 장기간 문을 닫았다. 한 달에 두 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며 힐링하던 내가 책과 단절되니 그렇게 우울할 수가 없었다. 우울한 게 두 달이 지나갈 무렵 남편이 덜컥 이북리더기를 사서 내 손에 쥐어줬다. 그렇게 거부하더니 막상 차가운 네모난 이북리더기가 내 손에 쥐어지니 부끄럽게도 참 좋았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할 수가 있을까. 뭔가 내가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의 책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 후 나는 사이트에서 정기권을 구매 후 책을 다운로드하여 읽기 시작했다. 원하는 책을 검색만 하면 골라서 무제한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매일 새로운 책이 업데이트되었다. 한 달에 만원 정도의 돈으로 무제한으로 책을 볼 수 있다니. 나에게는 정말 신세계였다. 왜 그동안 이 작은 기계를 구입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밀려왔다. 물론 이북리더기에도 단점은 있다. 다운로드할 수 있는 책이 제한되어 있고 유명하거나 나온 지 얼마 안 된 책을 보려면 한 권에 만원이 넘는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글을 읽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편이다. 하다못해 짧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더라도 조회수에 따라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글이란 것은 짧든 길든 내용이 있고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아깝다고 생각할 가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도서관에서 빌리는 책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책은 무겁고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책이 많이 상하기도 하고 심지어 찢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므로 책과 이북리더기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자신이 책을 읽는 취향이 어떻냐에 따라 책을 읽는 것도 이북리더기를 이용해 읽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여전히 나는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고 도서관 특유의 오래된 종이 향기를 좋아하며 무겁게 책을 빌려오는 수고로움을 위해 한 달에 한 번은 도서관에 간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나 멀리 여행을 가야 하는데 책을 가져가기 부담스럽다면 나만의 도서관인 이북리더기의 도움을 빌린다. 이제는 아담한 화면에 거부감 없는 밝기와 스위치로 넘겨가며 책을 읽는 것조차 낭만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이북리더기로 책을 볼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혹시 나처럼 기계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다른 어떤 기계보다도 이북리더기는 꼭 추천하고 싶다. 이북리더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나만의 작은 도서관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거부감이 드신다면 한 달에 한두 번 도서관에 가는 것도 나는 매우 추천한다.      



아 저는 이북리더기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냥 책 덕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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