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디 바비디 부~ 월급은 그대로!!
옛날 옛적, 회사를 움직이는 작은 왕국에 한 젊은 과장이 살았어요. 과장은 회사왕국 생활 5년 차에 접어들어 "나는 언제쯤 진짜 왕국의 중요한 일에 관여하게 될까?" 하며 혼자 생각하곤 했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죠.
왕국에는 매년 겨울이 오기 전이면 꼭 치러지는 '전략의식'이라는 행사가 있었어요. 모든 백성은 성대한 연회에 모여 다가올 해의 거대한 비전을 논하고, 모두가 각자 중요한 사람인 척 해야 하는 연중 행사였죠.
어느 날, 과장은 평소 그저 지나치기만 하던 상사에게서 갑작스럽게 호출을 받았어요. 그 상사는 엄숙한 얼굴로 과장을 불러 세웠어요.
“그대, 올해의 '전략의식' 발표를 맡아보겠나?”
순간 과장은 깜짝 놀라 귀를 의심했죠. “내가? 이 왕국의 운명을 책임지는 자리라니?” 하지만 상사의 표정은 확고했어요. 그건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이거라"는 눈빛이었죠.
과장은 그렇게 얼떨결에 발표 준비를 시작했어요. 집으로 돌아온 그는 한 손엔 맥주 한 캔, 한 손엔 노트북을 켜고 고민하기 시작했죠. "왕국의 비전? 흠, 대충 그럴싸하게 보이면 되겠지." 그는 PPT에 "혁신이 곧 미래!" 같은 근사한 문구를 집어넣고, 여러 색깔의 차트와 그래프를 살짝 더했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유행어들을 적어 넣었어요. 사실 이런 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보단 "그럴싸하면 되겠지" 싶은 마음이 컸어요.
드디어 ‘전략의식’의 날이 밝았어요. 모든 백성은 잘 차려입고 과장이 발표할 연회장으로 모였죠. 긴장한 과장은 성큼성큼 연단에 올라가 PPT를 띄우고 목소리를 높였어요.
“우리의 미래는… 혁신입니다!”
과장이 열심히 준비한 이 한마디에, 백성들은 모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어요. 그 순간 과장은 속으로 웃음을 참아야 했죠. “이걸 진지하게 듣고 있는 건가?” 그런데 진짜로 듣고 있더라는 거예요! 심지어 발표가 끝난 뒤에는 “정말 큰 인사이트를 주셨습니다”라는 말까지 들었어요.
상사는 과장을 칭찬했어요. "과장, 정말 멋진 발표였네! 이 왕국의 차세대 리더가 될 자격이 있군." 과장은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뿌듯함이 밀려왔어요. “왕립 홍보부대에서 일했으면 정말 큰 성과를 냈겠군..풋..” 싶을 정도였죠.
그리고 그날 이후, 과장은 이 작은 왕국에서 ‘전략’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답니다.
“어쩌면 진짜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얼마나 그럴듯해 보이느냐일지도 몰라.”
과장은 발표가 성공적으로 끝나 기분이 한껏 들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왕국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어요. 그 손님은 바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온 '컨설팅 기사'였죠.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그 기사는 각 왕국을 돌아다니며 경영의 비밀을 파헤치고, 그 나라의 미래가 탄탄하게 세워졌는지 평가하는 역할을 했답니다.
컨설팅 기사는 왕국에 오자마자 과장이 발표했던 경영전략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했어요. 과장은 "이 자료가 얼마나 훌륭한데"라는 생각에 살짝 자신감이 있었죠. 그런데 기사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지더니, 마침내 연회장에서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말했어요.
“이 전략은…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굳이 표현하자면, 구름 속을 걷는 이야기 같습니다. 현실적이지 않고, 실행 방안도 부족하며, 무의미한 말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과장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어요. 그 많은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죠. 기사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어요.
“혁신은 중요하지요. 하지만 혁신이라는 말 자체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행동과 실질적인 계획이 없다면, 그건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과장은 그 말에 입을 꾹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부서진 자존심과는 달리, 왕국의 다른 이들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이 일은 모든 사람에게 큰 교훈을 남겼습니다. 과장 역시 그날 밤 혼자 돌아가서 생각했어요.
“아, 전략은 그냥 말만 그럴듯하게 만들어선 안 되는 거였구나….”
과장은 컨설팅 기사에게 망신을 당한 뒤, 마음이 참 복잡해졌어요. 사람들은 현실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라는 기사의 충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지만, 어딘가 미심쩍은 느낌이 남아 있었죠. 시간이 흘러 왕국에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그 멀리서 온 컨설팅 기사가 글쎄 옆 왕국에서는 자신이 뜬구름 같은 이야기를 퍼뜨리며 칭송받던 시절이 있었다는 겁니다. 원탁의 이사회 기사자리까지 제안 받았다는 이야기도 돌았어요.
그러나 그 칭송이 계속된 건 아니었어요. 백성들이 가만히 보니 그 이야기는 실체가 없고 다 허풍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거예요. 분노한 사람들은 컨설팅 기사를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도록 저 멀리 떠나보냈고, 머나먼 길로 떠난 기사는 두 번 다시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퍼졌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과장은 내심 안도하며 혼자 중얼거렸어요.
“그 기사나 나나 다를 바 없었군.”
그리고 과장은 다시 한 번 깨달았죠. 전략이란 건 실체 있는 계획이자, 모두가 함께 가는 여정이어야 한다는 걸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그럴듯함'보단 '현실성'을 고민하며 하루하루 업무에 집중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답니다.
전략은 사장왕이 세우겠죠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