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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anta time Feb 28. 2024

후회하지 않는 이직을 위한 계산법

망한 이직은 괴로운 현실보다 더 지옥일 수도 있다


봄이 다가오면, '회사를 바꿔볼까?'라는 발칙한 감상에 빠져든다. 


그래... 몰래 이력서 내보는 거야!

 




 봄 채용 시즌이 끝나면, 어김없이 회사를 박차고 나가는 동료들의 뒷모습이 왠지 멋져보여서랄까? 아니, 사실 직장인이라면 봄뿐만 아니라 사계절 내내 가슴속 한편에 '이직'이라는 발칙한 상상을 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런저런 고민만 하다 채용 시즌이 끝나면, 들떴던 마음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갑게 식어버린다. "이 불경기에 괜히 마음만 들떠서... 어휴 그래 여기만큼 괜찮은데도 많지 않아"라는 자기 합리화가 몇 번 삐그덕 거렸지만 기어코 그 임무를 달성해 냈기 때문일 것이다. 이직이라는 과정은 사실 이렇게 봄바람에 휘날리는 연애감정처럼 뜨거워서는 안 된다. 회사에서 업무를 마주하는 그 느낌처럼, 차가운 이성으로 판단하는 것이 조금 더 스마트한 방법이 아닐까?  회사가 개인이 가진 능력과 노력을 평가하는 것이 "직장"과 "월급"이 가진 사고방식이라면, 우리도 뜨거운 마음보다는 그 사고방식을 이용하여 반대로 회사를 판단하는 것이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나마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이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설사, 이 사고과정의 종착역이 이직이 아니라 현재 조직에 남아있어야만 합리적 근거가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4년 전 회사를 옮기려는 마음으로 써봤던, '이직계산'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Step 1. '직관적' 방법은 빠르다. 하지만, 결국은 '답정너' 일 수밖에 없다. 


 먼저, 내가 이직하고자 하는 여러 회사 후보군을 만들어 본다. 확실한 보장이 없어도, 내 생각에 열심히 도전해 본다면 옮겨볼 수 있는 가능성이 50% 정도쯤 된다면, 후보군에 포함시킨다. 물론 비교를 위해 현재 다니는 회사도 리스트에는 포함시킨다. 다음, 내가 회사로부터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나열해 보았다.

'연봉, 성장가능성, 워라벨, 출퇴근위치 등..'

그리고, 각 후보지들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표로 나누어 확인해 보는 방법이다. 당시 나는 총 5개 회사를 이직 후보군으로 선택했다. 앞서 말한 대로, 후보지에 있는 모든 회사를 갈 수 있는 보장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어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5개의 후보지 중 최고의 후보군 '넘버원 이직회사'를 발굴해 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그렇듯이 여러 개 중 하나를 골라야 할 때면 어김없이 실행하는 '엑셀'을 실행시켰다.

직관적인 방법은 현 직장 탈출을 위한 자기 합리화에 그칠 확률이 높다


 위 옵션을 비교해 봤을 때, 내가 내린 최적의 선택은 C였다. C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한 이유는 이 옵션이 다른 어떤 요소에서도 가장 나쁜 조건이 없는 괜찮은 선택지라고 '직관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복잡한 각각의 가치들을 한 번에 신속하게 정리해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지만,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내 '감정'이 들어간 주관적 시각으로 점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나도 강하게 들고, 가고 싶은 회사가 계속 눈앞에 어른거리는 상태에서는 엑셀을 만들 필요도 없다. 어떻게든 그 회사를 1등으로 만들 테니. 그래서 직관적인 방법은 이직 후보지들이 가진 요소들을 객관적이거나 복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내가 그중에 가장 맘에 들어하는 것. 고른 이유는 있지만 중요하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게 중요해'라는 사고방식과 다를 것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tep 2. '분석적'으로 평가해 보니, 이직이 아니라 남아있어야 했다. 


직관적 방법과 달리, 한 번에 점수를 내버리지 않고, 회사로부터 기대하는 여러 가치들을 개별적으로 가중치 화하여 답을 얻어 보았다. 가중치 방법은 각 가치마다 중요한 정도를 0.1~1 정도로 분류한 것이다. 만약 내가 연봉이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면 연봉에 가중치 1을 주고, 성장가능성은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0.1을 주는 방식이다. 그랬더니, 1위가 A(현재 회사)가 되었고, 직관적인 방법으로 발견했던 새로운 유토피아였던 회사 C는 두 번째 위치로 변경되었다. 

답정너를 방지할 수 있었지만, 내 마음은 차가워졌다


슬프다. 결국 내가 있는 현재 회사가, 내가 갈 수 있는 최고의 유토피아였다니... 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망한 이직은, 괴로운 현실보다 더 지옥일 수도 있다는 것을...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다양한 요소 중에서 최악의 조건을 갖춘 옵션을 피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나의 옵션이 다양한 좋은 점들과 단 하나의 약점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직관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어떤 것이 최고이고 최악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한 의사결정 과정이 되기 어렵다.

합리적인 선택은 각 요소들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그 요소들마다 중요하다가 생각하는 만큼 부여한 가중치를 이용하여 수치화하면, 이직과 같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더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경우를 분석하고 정량화하는 이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값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특히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수치화하고 요소들 간의 우선순위를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민하고 노력해서 분석적 방법을 사용하여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직관적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중요한 결정일 수록 그 판단으로 인한, 나의 미래는 더 큰 폭으로 요동 칠  수도 있다. 

봄바람 이직의 희망이 내 마음을 달궈올 때, 때로는 차가운 머리로 그 열기를 식히고 있는 그대로를 '스마트'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고민하는 것이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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