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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11. 2021

♨8. 아빠표 떡볶이는 잭팟이다.

아빠에게 떡볶이의 추억이란


'국민학교' 시절이다. 오후가 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쏟아져 나온다. 아이들은 각자의 갈 길로 흩어진다. 출출한 배를 안고 모두들 집으로 향한다. 나는 중간에 발길을 돌려 녹색 비닐의 포장마차 안으로 쏘옥 들어간다. 아주머니는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 조리판에 떡볶이를 가득 만들어 놓으셨다. 녹색 플라스틱 그릇에 먹는 녀석도 있고, 종이컵에 받아서 집으로 가는 길에 오물오물 먹는 녀석들도 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떡볶이였다. 떡볶이 국물을 듬뿍 머금은 야끼만두란.... 꼴딱 꼴딱... 지금도 입안에 고인 침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다. 생각만 해도 배가 고픈것 같다.


기억에 우리 학교 앞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떡볶이 값 대신에 급식 우유도 받아주셨던 것 같다.

술은 아버지에게 배워도, 실물 경제는 떡볶이 아주머님에게 배웠다. 


< 편집본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7404379 >



아이들에게 떡볶이의 추억이란...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빠 요리 중 최애 메뉴는 단연 '떡볶이'다.

딸아이가 편도선 수술에서 회복하고 먼저 찾았던 메뉴도 떡볶이였다.


쫀득쫀득한 떡에 매콤한 양념이 묻은 떡볶이 한 입은 우리 가족의 휴일을 풍성하게 해준다.

빨간 양념이 듬뿍 밴 부들부들한 어묵 한 조각은 주말 오후 아이들의 입을 즐겁게 해준다.


아이들에게 학교 앞 포장마차 떡볶이의 추억은 없겠지만,

아빠가 만들어 주는 '떡볶이'의 추억이라도 간직되기를 바래본다.


떡볶이 조리법이야 수백, 수천 가지일 것이다.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떡볶이 달인들이 있는가. 오늘은 조리법보다는 떡볶이를 만들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그래도 재료다.


떡볶이는 조리법이 간단하다. 떡, 어묵, 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간장 조금, 설탕이 있으면 끝이다. 그래서 기본 재료가 중요하다. 마트에서 가볍게 살 수 있는 시판떡은 쓰지 않는다. 떡집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쌀떡을 쓴다.(우리 집은 쌀떡, 밀떡 중에 쌀떡파다.) 가끔은 두툼한 가래떡을 숭덩숭덩 썰어넣기도 한다. 식감이 다르다. 쫄깃함이 비교할 수가 없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사서 소분하고 냉동실에 얼려둔다. 떡볶이 욕구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묵은 <삼 부산 어묵>을 넣는다. 마트에서 제일 싼 어묵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묵이 떡볶이에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비싼 어묵은 떡볶이가 아닌 어묵탕으로 모신다.


<게티이미지뱅크>


파는 아낌없이 쓴다.


파가 없었으면 한국 요리가 어떠했을까 싶다. 안 들어가는 요리가 없다. 겨울이 시작되면 박스채로 쟁여놓고, 서늘한 부엌 베란다에서 겨울을 나게 한다. 파 한 박스는 금세 동난다.


나는 떡볶이에 파를 듬뿍 넣는다. 좀 과하다 생각할 만큼 넣어준다. 개인적으로 떡볶이 맛은 설탕 맛, 파 맛이라고 생각한다. 파를 많이 넣으면 왠지 '과식이라는 죄'에서 구원받는 느낌이다. 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떡볶이 양념이 듬뿍 밴 파는 곧잘 먹는다.


<백종원 유튜브 캡쳐>


디테일이 좌우한다.


조리법인 간단한 떡볶이에도 승부처가 있다. 떡볶이 양념을 따로 준비한다. 물, 고춧가루, 찹쌀가루 한 숟갈, 간장, 설탕, 후추 약간을 개서 양념을 따로 만들어둔다. (고추장을 쓰는 레시피도 있는데 나는 고춧가루파다.)

찹쌀가루 요놈이 나중에 떡과 양념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만들어준다. 쌀떡은 양념과 겉돌면 제대로 맛이 안 난다.


떡을 따로 삶는다. 물, 설탕, 물엿을 넣고 떡만 따로 삶는다. 단물이 떡에 배게 하는 과정이다. 떡에 단물이 배였다 싶으면 준비한 양념을 넣어준다. 번거로워도 제대로 하면 떡볶이 전문점(감O, 죠O 떡볶이)에서 먹는 그 맛이 난다.



그때 그때 달라요


떡볶이의 묘미는 '조리법의 개방성'에 있다. 정답이 없다. 고춧가루(또는 고추장), 떡, 어묵을 기본으로 하되 냉장고에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면 된다.


먹을 때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넣으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조리가 거의 다 된 떡볶이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솔솔 뿌려주면 쭉쭉 늘어나는 치즈와 떡볶이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차돌박이를 넣어 조리하면 국물 맛이 진해진다. 고기가 들어가니 간식이 아니다. 든든한 한 끼다. 대게를 먹고 남은 자투리 게다리를 냉동실에 얼려둔다. 떡볶이에 넣어 만들면 진한 바다향이 국물에서 올라온다.


삶은 계란도 떡볶이에서 놓으면 서운하다. 노른자를 팍팍 깨트려서 떡볶이 국물과 비벼먹으면 묘하게 맛이 있다. 당면을 넣기도 하고, 라면을 넣을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라면은 면발이 가는 스낵면을 선호한다. 지난 토요일에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가 떡볶이에 당면을 안 넣었다고 삐졌다. 일요일에 당면을 넣고 다시 만들었다.  


양배추도 잘 어울린다. 양념이 잘 밴 양배추는 달콤매콤해진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곧잘 집어먹는다.빨간 떡볶이가 지겨우면 까르보나라 떡볶이도 하기도 하고, 재료가 없으면 기름 떡볶이도 만들어서 먹는다.

 


아빠표 떡볶이는 잭팟이다.


아빠표 떡볶이는 문제가 있다. 표준화가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의 양, 고춧가루 양, 재료 종류에 따라 그때 그때 맛이 조금씩 다르다. 최고의 맛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만든다.

아이들아 여기 아빠표 떡볶이다. 오늘 아빠와 함께 추억을 먹자. 


<아빠의 떡볶이는 그때 그때 다르다.>


당신에게 떡볶이는 무엇인가요? 어떠한 추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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