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요 샌드위치
추운 겨울에 호호 입김을 불어가면서 먹던 '길거리 토스트'는 추억이다. 토스트 먹을 때 음료는 베지밀B 대신에 꼭 커피우유다. 토스트 한 입 베어물고 퍽퍽해진 입안으로 커피우유 한 모금하면 이만한 간식이 따로 없다. 포장마차에서 종이팩 커피우유가 아니라, 삼각형팩만 판다면 신중해야 한다.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각형 팩을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는 빨대를 쥐고 '얍' 단번에 꽃아야 한다. 그래도 성공률이 90%는 되었던 것 같다. 실패하면 줄줄 흘러내리는 커피우유는 감수해야 한다. 지금은 찾기 힘든 삼각형팩 커피우유의 추억이다.
주말 아침에는 샌드위치가 참 좋다. 내가 좋아서 만든다. 같은 샌드위치를 반복해서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질려한다. 냉장고 사정에 따라 내용물을 조금씩 달리한다. 소스도 조금씩 다르게 한다. 식빵으로 하기도 하고, 모닝빵으로 해보기도 한다. 내용물 양도 내 마음대로다.
만들 수 있는 토스트 종류도 하나씩 늘어난다. 길거리 토스트, 프랜치 토스트, 계란 샌드위치, 치즈 토스트, 에그치즈 토스트, 사라다빵, 참치 샌드위치...
유튜브트에서 샌드위치 검색을 자주 하다보니 알고리즘이 새로운 샌드위치 종류를 소개한다. '인기가요 샌드위치'가 검색이 되었다. 일명 '아이돌 샌드위치'다. 모방송국 매점에서 판다. 여러 아이돌들이 방송에서 소개하면서 유명해졌다.
자전거를 타고 빵집으로 달려간다. 휴일의 여유로운 아침 바람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빵돌이다. 빵을 달고 살았다. 50줄이 다 되어가는 내게 빵집은 아직도 설레는 곳이다. 헨젤과 그레텔에게는 과자집이고, 내게는 빵집이다. 오늘은 마음먹고 가장 좋은 식빵을 골랐다. 천 원 차이인데 은근히 주저하게 되는 것이 식빵고르기다. 가장 비싼 식빵을 고르는 것은 죄책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오늘은 호사를 누리기로 마음먹었다.
계란을 식초와 소금을 넣고 10여분 삶는다. 삶아둔 감자 하나와 같이 으깬다. 마요네즈, 머스터드 약간, 후추 촙촙, 소금 한 꼬집, 꿀 약간 이렇게 달걀 속재료를 만든다. 이렇게만 만들어서 빵에 발라 먹으면 계란 샌드위치다. 오늘은 조금 더 수고를 하기로 한다.
'다각다각' 밤새 잠든 거실을 깨우는 도마와 칼질 소리가 좋다. 양배추를 최대한 가늘게 자른다. 몸에 좋은 채소인데 아이들이 싫어할까봐 최대한 가늘게 잘라본다. 당근, 피클을 잘라 마요네즈, 머스터드 조금, 케첩, 꿀을 넣어 나만의 양배추 샐러드를 만들어둔다. (가족의 건강은 소중하니까. 설탕대신 꿀이다). 양배추 샐러드를 아내는 코울슬로(coleslaw)라고 부른다. 나는 어려워서 항상 헷갈린다. 모르겠다. 그냥 내게는 양배추 샐러드다.
식빵을 꺼내 테두리를 자른다. 오늘은 호사를 부리기로 작정한 날이니까. 과감하게 맛있게 먹기로 했다. 식빵 첫 장에 양배추 샐러드 듬뿍, 2번째 장에는 달달한 딸기 잼, 세 번째 장에 고소한 달걀 속재료를 듬뿍 올린다. 그리고 마지막 식빵 한 장을 가장 위에 올린다. 쿠킹랩으로 돌돌 말아준다. 손으로 꾸욱 눌러서 모양을 잡아준다.
생각보다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평소 만드는 길거리 토스트보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첫 도전치고는 나쁘지 않은 모양새다.
만드는 사이 초등학생 딸아이가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온다. 잠도 덜 깬 아이에게 '오늘 아침은 아이돌 샌드위치야'라고 자랑한다. 딸아이는 '아침부터 이게 뭔 소리야' 하는 표정이다. 유튜브 영상을 보여준다. '아이돌들이 많이 먹는 샌드위치래' 아빠는 맛있게 먹기를 바라며 휴일 아침부터 설레발을 친다.
한 입 베어문다. 달걀 속재료의 고소함을 먼저 만난다. 새콤달콤한 양배추 샐러드 소스의 맛이 밀려온다. 달콤한 딸기잼이 두 가지 맛을 한 곳에 모아준다. 한 개만 먹어야지 했는데... 손은 한 조각을 더 들어올린다. '맛있으면 0칼로리'. 오늘은 스스로에게 관대하기로 하자. 토요일 아침이니까.
아빠는 그렇게 토요일 아침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