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Apr 13. 2021

아빠표 밥상에 봄이 내린다.

봄이 먹고 싶었다.


한 주 내내 재택근무를 했다. 책상 앞에만 앉아있었다. 사무실로 출퇴근할 때보다 오히려 밖을 나갈 일이 없었다. 한 주 내내 책상 앞을 지키고서야 금요일 저녁 5시에 문 밖을 나섰다. 일 주일 사이 벛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어본다. 카메라 앵글안에는 봄을 맞이하는 설레임이 담기지 않았다. 


벚꽃 아래를 걷는데 오랜만에 허기가 졌다. 배고픔이 반갑다. 아무 음식이나 우겨넣어 소중한 허기를 달래고 싶지 않았다. 봄에 어울리는 제철 음식이 먹고 싶어졌다. 마트에서 재료를 눈으로 스캔하는데 '달래'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의 첫 달래 된장국


달래 된장국 끓이기는 아빠의 인생 첫번째 도전이다. 오늘은 시원한 국물이 먹고 싶었다. 무를 다닥다각 앏게 썰었다. 식욕을 부르는 시원한 맛이 나왔으면 좋겠다. 양파의 단맛을 기대하면서 같이 썰었다. 무와 양파를 기름에 살짝 볶아주었다. 적당히 볶아지면 미리 받아준 쌀뜻물을 부어준다. 하얀 쌀뜻물이 달궈진 냄비에 '치이익' 맛있는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린다.


냉동실에 준비해둔 마법의 천연 조미료 멸치가루 한 스푼, 된장 한 스푼을 넣어 국물 베이스를 만든다. 아빠표 요리의 전가의 보도 다진 마늘 한 조각(냉동실에 미리 조각조각 얼려두었다), 홍게간장 한 순갈로 간을 맞춘다.


버섯, 두부를 한웅큼 먹고 푹 끓인다. 칼칼하게 먹고 싶어 청양고추를 썰어놓고 고춧가루도 한스푼 넣어준다. 적당히 끓인 후에 달래를 가득 올려주었다.


그래... 간절하게 먹고 싶었던 봄의 맛이다.

아이들도 봄의 맛을 알게 될 때가 오겠지...

그 때 아빠표 달래 된장국을 추억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