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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Sep 23. 2023

[28] 노트를 단권화하라.

시험 준비에서 단권화를 배우다.


대학생 시절 사법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다.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다. 새벽에 도서관을 열고 들어가면 불을 끄고 나왔다. 대학동기들도 필자를 지독한 공붓벌레라고 이야기했다. 3년을 공부했다. 

3년을 내리 떨어졌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단권화에 실패했다. 너무 많은 자료들이 있었다. 이 책도 좀 보고, 학원 자료도 좀 참고한다. 문제집도 풀어본다. 판례도 좀 보아야 한다고 해서 판례집도 읽었다. 막상 시험 전 날이 되니 총정리할 자료가 없다. 그냥 공부만 많이 한 것이다. 


사법시험 준비의 핵심은 '단권화' 작업이었다. 여러 교과서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한 권으로 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한 과목당 하나의 교재로 통일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험 전에 계속해서 통독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법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의 하나였다. 직장의 노트에도 단권화가 필요하다.



인사팀 박 과장이 매일 혼나는 이유


인사팀 박 과장은 수첩이 너무 많다. 업무 지시는 회사 수첩에 적는다. 아이디어는 모바일 메모장에 적는다. 고객들과 협력사 파트너의 명함을 관리하는 명함 수첩이 따로 있다. 상사의 업무지시는 포스트잇에 적어서 책상 위에 붙여둔다. 올해 세운 계획은 예쁜 다이어리를 사서 따로 적는다. 독서노트를 따로 쓴다.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장도 따로 쓴다. 인맥관리가 중요하다고 하니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메모하는 인맥관리 수첩도 만들었다. 책상 위에 수첩 예 일곱 개가 빼곡하게 꽂혀 있다.


팀장님이 박 과장에 지난번 지시한 'OO본부 인원 합리화 전략'에 대해 가져오라고 한다. '아뿔싸!' 메모지를 잊어버려서 깜빡하고 있었다. 팀장님은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냐고 나무라면 빨리 작성해 오라고 한다. 개략적인 아우트라인을 메모해 두었는데 메모지를 찾지 못하니 보고서 진도가 안 나간다. 메모지를 찾다가 하세월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직장인의 노트는 단권화가 필요하다.


<생각 정리를 위한 노트의 기술>의 이상혁 작가는 11권의 노트를 사용한다고 한다. 하루노트, 업무노트, 메모 패드, 데일리 노트, 아이디어 노트, 스케줄러, To Do List, 틈새노트, 월간 노트, A3 생각노트, 일기장이다. 그는 엄청난 메모광이다. 


문제는 평범한 사람이 따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용도와 기능별도 2권이나 3권으로 나누어 쓰는 사람도 있다. 외근용/내근용으로 나누어서 쓰는 사람도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수첩으로 나누어 쓰는 유튜버도 있다.


다이어리, 작은 수첩, 회의용 수첩, 아이디어 수첩 등 여러 노트를 사용하면 해당 노트를 찾다가 시간이 다 간다. 여러 노트에 나누어 적으면 어디에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노트를 한 권으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매년 새로운 노트를 쓰기보다는 계속해서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시스템 플래너나 링 바인더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정보의 종류에 따라 여러 노트를 분리해서 쓰면 좋을 것 같지만 여러 권의 있으면 들고 다니지 않게 된다. 어느 노트에 썼는지 헷갈린다. 플래너 한 권만 쓰면 플래너만 가지고 다니면 된다. 정보를 빨리 찾을 수 있다. 한 권으로 관리하면 수시로 정보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필자는 노트를 16개의 섹션(방)으로 구분했다. 나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한 권의 노트에 담는다.


1. Monthly Plan
2. Daily Report
3. 개인 정보
4. 인생 경영
5. 미래 계획
6. 가족 건강
7. 자기 계발
8. 독서 노트
9. 집필 노트
10. 일반 Idea
11. 경영 정보
12. 인맥 관리
13. 선배 생각
14. 팀원 정보
15. 칭찬/긍정
16. 자산 관리

 

월 단위로 발생하는 큰 일정은 1. Monthly Plan에 메모한다.

매일 매일 진행하는 업무와 주요 업무 관련 메모사항은 2. Daily Report에 바로 메모한다.

나에 대한 생각과 고찰은 3. 개인 정보에 적는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지, 미래 계획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나면  4. 인생 경영과 5. 미래 계획에 각각 적는다.

가족의 히스토리와 건강에 대한 정보는 6. 가족 건강에 적는다.

자기계발에 대해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7. 자기 계발 방에 옮겨 적어 둔다.

읽은 책의 목록과 독서 중에 떠오른 생각들은 8. 독서 노트에 적는다.

책을 쓰는 필자는 집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9. 집필 노트에 재빨리 적어 놓는다.

문득 떠오르는 좋은 생각들은 10. 일반 Idea에 적는다.

직장인으로서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정보가 있다. 11. 경영 정보에 적는다.

지인의 생일, 최근 소식, 나누었던 이야기는 12. 인맥 관리에 적는다.

경영층의 관심사항, 상사의 지시사항은 13. 선배 생각에 적는다.

팀장으로서 관리하고 있는 팀원들이 있다. 기억해야 하는 내용은 14. 팀원 정보에 적는다.

나도 칭찬받고 싶다. 힘들 때는 위로 받고 싶다. 나에 대한 칭찬이 있었다면 15. 칭찬/긍정에 적는다.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16. 자산 관리에 적는다.

                          

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가 16개의 범위 안에 모두 들어간다. 각각의 방을 만들었으니 일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 아이디어 들은 각각의 방에 메모하고 정리를 해둔다. 지난 24년간 직장생활을 돌이켜 보면 이 영역을 벗어나는 일들은 거의 없었다. 간혹 생긴다 해도 메모가 필요할 정도 중요한 일은 아니니 안심하고 잊어버려도 된다.



목차를 활용하라.


단권화를 하면 목차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빠르게 정보를 찾아갈 수 있다. 노트 내의 정보를 검색하는 시간을 절약해준다. 노트내에 정보를 메모하기 위해 공간을 찾는 시간을 줄어준다. 



<요약>

여기저기 당신과 관련된 정보가 흩어져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노트 단권화를 시작해 보자. 놀라울 정도로 모든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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