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Nov 25. 2020

#7. 당신의 글쓰기에 동료를 참여시켜라.

당신에게는 동료가 있다.


기획실 이 차장은 기획을 잘 작성하기로 조직 내에서 유명하다. 문제는 실행이다. 기획을 실행하려고 하면 팀원과 관련 부문의 반응이 미지근하다. 이 차장 혼자서만 일을 할 수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기획과 글쓰기에 문제가 있나 하고 꼼꼼하게 살펴보아도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이 차장이 필자에게 고민을 상담해왔다. 


이 차장의 문제는 모든 공을 혼자만의 것으로 챙긴다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데, 이 차장만 혼자 성과를 누리는 일에 누가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겠는가? 동료가 이 차장의 기획과 글쓰기에 참여하도록 하라고 이야기해주었다.


당신 글쓰기에 동료 생각과 아이디어를 반영해보라. 동료는 최고의 서포터즈가 될 것이다. 동료 생각을 반영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자. 그 동료는 당신 보고서에 열렬한 지지자가 될 것이다. 당신의 동료는 보고서가 얼마나 훌륭한지 안팎으로 홍보하고 다닐 것이다.


회의에서 당신 기획이 거론되면 동료가 적극적으로 나서 추진 필요성을 주장할 것이다. 누군가 당신의 글에 반론이라도 펼친다면 투사가 되어 적극적으로 변호를 할 것이다. 당신은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아이디어가 동료에게서 왔다고 밝히는 것이다. 동료는 신이 나서 당신 편이 되어 줄 것이다. 동료의 성과로 돌아가는 것이 서운한가? 사람들은 당신이 작성한 것을 다 알고 있다. 최종 승리자는 당신임이 변하지 않는다.


프로이드 박사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2가지 동기, 성적 충동과 위대해지고 싶은 욕망에서 우러나온다고 이야기한다. 데일 카네기는 그 저서 <인간관계론: 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를 통해 이를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은 욕구 또는 자기 중요감'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강철왕 카네기는 이 기술을 이용하여 세계적인 부자가 되었다. 카네기는 펜실바니아 철도회사에 레일을 납품하기 위하여 피츠버그에 거대한 제철 공장을 세우고, 그 이름을 '애드거 톰슨 철강소'라고 했다. 애드거 톰슨은 펜실바니아 철도회사 사장의 이름이다. 펜실바니아 철도회사가 어디에서 레일을 구입했겠는가?


회사 동료의 '자기 중요감'을 자극하면 당신 글쓰기의 열렬한 팬이 될 것이다. 동료의 생각을 당신의 글쓰기에 반영하라. 기획실 시절에 프로야구와 연계한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신 과장과 대화 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팀 회의와 상사 보고 시에 기획 아이디어가 신 과장 아이디어라고 언급했다. 신 과장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획의 최대 후원자가 되었다. 자신의 아이디어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왜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다녔다. 실행이 되도록 앞장서서 동료들을 리드했다. 성공적인 조직문화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운영이 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게티이미뱅크>



선배 생각 따라잡기


필자의 경우 신입사원 시절에도 나름대로 글쓰기에 자신이 있었다. 대학에서도 주관식 논술시험에 단련되어 있었고, 평가도 제법 잘 받았다고 생각했다. 글쓰기는 잘한다는 생각을 했다. 입사해보니 필자가 쓴 글은 매번 지적의 연속이었다. 상사에게 보고서가 올라가면 빨간색으로 수정되어 다시 내려왔다. 나름 잘 쓴 것 같은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글쓰기에 고민하는 필자를 보고 함께 일하던 홍 대리가 팀 문서함으로 데리고 갔다. 조용히 선배들의 이전 보고서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글쓰기 전에 선배들의 보고서를 참고하라는 것이었다. 선배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따라가보라는 것이었다. 선배들의 보고서를 보고 또 보았다. 아침에 출근하면 문서함을 열어 읽고 또 읽었다.


회사에는 회사의 언어가 있다. 학교에서 배운 언어로 문서를 작성하니 소통이 안되는 것이었다. 회사와 팀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과 패턴에 대해 꼼꼼하게 공부를 했다. 조직에서 선호하는 글쓰기를 연습했다. 다음 보고에서 팀장이 놀랐다. '글쓰기가 아주 좋아졌네'라는 칭찬이 돌아왔다. 단기간에 글쓰기 실력이 좋아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선배들의 글쓰기를 보면서 회사의 언어를 연습한 것이다. 조직의 생각을 따라한 것이다. 



후배에게서 배워야한다.


점점 직급이 올라가면 왠지 후배들을 코칭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반대로 후배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인정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논어에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말이 있다. 아랫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후배들에게 물어보는 것을 부끄러워 하면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일반적인 회사 조직에서는 386세대가 주요 임원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X세대, Y세대들은 팀장 직급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론 스타트업과 같은 젊은 기업의 구조는 조금 다를 것이다.) 2000년대 이전에는 대리만 되어도 실무는 하지 않고 도장만 찍었다고 하는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은 팀장들도 힘들게 실무를 뛰어야 한다. 후배들의 뒤에 숨어서 결재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X세대, Y세대들 중에는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예전 업무방식을 고수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 성공경험이 자신의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이다. 예전 좋았던 경험에 기반하여 글쓰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빠른 변화에 뒤쳐지는 선배가 되는 것이다. 일명 꼰대가 되는 과정이다.


후배들에게 다가가서 물어보아야 한다. 물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말이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후배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 얼굴이 화끈화끈거릴 수도 있다.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목에 탁 걸리는 기분일 것이다. 당신이 한 때 코칭했던 후배에게 물어본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에 유일한 진리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라고 했다. 천재인 소트라테스도 이렇게 이야기했다. 당신이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당신의 자존심이 당신을 풍요롭게 하는가? 당신의 자존심이 조직 내에서 성과를 만들어주는가? 꼰대로 남는 것을 경계하자. 조직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버려지는 수모보다 낫지 않은가? 그저 겸허한 마음으로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모른다면 물어보고 필요하다면 배워라.


고 정주영 명예회장도 자신보다 낮은 사람에게도 묻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부하직원에게 물어서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해서 오늘의 현대자동차가 탄생되었다. 부하직원에게 물어서 배를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해서 조선소를 세웠다. 그 질문이 오늘의 현대 중공업을 만들었다. 


필자도 보고서를 쓰면 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최근에는 필자의 글쓰기가 너무 복잡하다는 의견을 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마치 판결문처럼 복잡하게 글을 쓰는 경향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의 글쓰기 습관이 20년뒤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필자의 글쓰기 습관을 후배 조언 덕분에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글쓰기가 훨씬 깔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후배에게 통계프로그램도 배웠다. 후배의 생각들도 들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직장생활에서 생존할 수 있다. 


고개를 들어 당신 주위를 둘러보자. 당신의 글쓰기에 참여할 많은 동료들이 있다. 동료들의 생각을 글쓰기에 활용하자.  <끝> 





매거진의 이전글 강원국 작가를 만나다. [4편, 마지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