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글쓰기
회사 생활을 시작한 뒤 대부분의 글은 분노나 슬픔을 억누를 수 없을 때 쓰여졌다. 글쓰기는 좋은 치료제였으나 그런 글쓰기에 익숙해지자, 자연스럽게 평화의 시기에는 글을 쓰지 않았다. 평화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글쓰기는 낯설어졌다. 글쓰기가 낯설어지자 웬만한 분노나 슬픔으로는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점점 글쓰기와 멀어지고 있을 때 #목요일의글쓰기 를 만났다.
처음 #목요일의글쓰기 가 결성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살짝 질투가 났다. 요일을 정해서 함께 글을 쓰기로 했고, 그 글을 공개하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큰 자극이었다. ‘나는 왜 그렇게 못했을까?’ 부러운 마음에 스스로를 탓하며 어떻게 하면 몰래 이 모임을 따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다행히 모임은 열려 있었고,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래서 질투 대신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껴줘서 고마워요 목글 창단멤버들)
목요일이 열아홉 번(두 번째 모임부터 참여했으니까) 지나는 동안 열다섯 편의 글을 썼다. 쓰기 싫었던 목요일도 있었고, 쓸 말이 없던 목요일도 있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새벽 세시까지 붙잡고 있던 목요일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완성의 힘을 믿었다. 뭐가 되든 끝내는 것. 글쓰기는 이런 고비를 지나면 다행히 조금은 는다고 그러니까 꼭 끝까지 쓰자고.
하지만 같이한 목요일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누군가가 끝까지 써내는 걸 옆에서 보지 못했다면 그냥 잠들고 잊어버리는 날도 많았을 것이다.
‘완성’과 더불어 ‘꾸준히’의 힘을 믿는다. 열 번의 목요일이 지난 후부터 손에 잔뜩 들어갔던 힘이 조금 빠진 느낌이다. 이전보다 부담이 덜하고, 시간도 많이 단축되었다. 서른 번, 마흔 번의 목요일이 지나 내년 이맘때 다시 모인 우리는 오늘보다 더 나은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글 쓰는 목요일이 필요 없어지길 바란다. 글쓰기가 밥 먹듯이 숨 쉬듯이 몸에 익어 따로 구분하지 않아도 될 만큼 습관이 되길.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