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기쁨

의지에 응답해 주신 유병욱CD님께

by 손콩콩

멀리 사는 증손자 인사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친구 따라 강남 가듯’에서 ‘따라’를 맡고 있는 손혜진입니다. 그만큼 동료들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일하는 태도에 자극을 받을 때도 있고, 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을 때도 있지만 오늘 같은 ‘만남’일 때도 있습니다. 친구 덕분에 이렇게 계신 줄도 몰랐던 증조할아버지를 만나게 되어 정말 기뻐요.

<생각의 기쁨>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목요일의글쓰기 를 ‘멀리 사는 증손자’라고 표현해 주신 유병욱 CD님

오늘 만남을 어떻게 기록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편지를 쓰기로 했어요. <생각의 기쁨>을 읽을 때 마치 독자들을 향해 쓴 편지를 읽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흉내를 내보고 있습니다.


한달 전부터 다들 CD님이 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사실 그때 저는 <생각의 기쁨>을 읽기 전이었는데 책을 먼저 읽은 동료들의 설렘이 저에게까지 전해져 서둘러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다 보니 저도 동료들처럼 설레더라고요. 빨리 CD님을 만나고 싶게 만들었던 부분을 말씀드릴까 해요.


나의 벽은 무엇일까?

‘벽 무너뜨리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제게 있는 벽이 무엇인지 돌아보았습니다. 저 너머가 궁금한 영역 몇몇이 바로 떠올랐지만 지금의 저와 낙차가 크지는 않았어요. 저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줄곧 지르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제가 시도하지 않은 것들은 시도했던 것들과 비교했을 때 덜 궁금하거나 덜 하고 싶었던 영역 같았어요. 벽이 되기엔 좀 얕아 보였달까요. 아니면 내가 지를 수 있는 딱 그 정도만 궁금해 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들었고요. 어쩌면 제가 무너뜨려야 할 벽은 ‘하는 것’ 보다 ‘하지 않는 것’에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넘어뜨릴 만한 벽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넘었을 때 가장 크게 기쁠 수 있는 벽은 꼭 찾아보겠습니다.

내가 넘었을 때 가장 기쁠 벽은 무엇일까

생각의 끝

송나라의 학자 구양수라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방법으로 다독, 다작, 다상량을 들었다죠. 그 말을 알게 됐을 때는 다독과 다작만 이해가 됐습니다. 다상량은 단어도 낯설었지만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어요. 슬프거나 화가 날 때 글을 주로 써오다가 목요일의 글쓰기를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글을 쓰려니 그제야 다상량의 의미가 확 와닿았습니다. 보통 7시에서 10시까지 세 시간 정도 모여서 글을 쓰는데 목요일이 닥쳐서 글감을 찾으면 모임이 끝날 때까지 몇 문장도 못 쓰는 날이 많았어요. 어느새 목요일의 글쓰기는 목요일에 시작하는 글쓰기로 변해 주말 저녁에나 겨우 한 편을 마무리했죠. 너무나도 정직하게 딱 생각한 만큼 글이 나오더라고요. 알지만 버겁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대강 마무리 하곤 했습니다. 이건 고민을 많이 해야 쓸 수 있겠다 싶은 글감은 아예 고르지 않았던 적도 있고요. 같은 맥락으로 조사가 필요한 글감도 제치고 봤습니다. ‘생각의 끝까지 가본다’는 문장을 읽고 아주 뜨끔 했어요. 어쩜 저는 쉽게 쉽게 가면서 좋은 글을 쓰길 바랐을까요? 그래도 그 문장 이후로는 좀 끈질기게 생각하려고 해요. 할 만큼 했다 싶을 때 한 걸음 더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것을 건져내어 보겠습니다.


만남의 기쁨

CD님이 먼저 일어나시고 목글 멤버들은 오늘의 만남을 짧게 리뷰했어요. 저마다 인상깊었던 대목을 짚어보았는데 “인간관계는 인연이 아니라 의지다”, “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다” 라는 말씀이 특히 많이 언급됐어요. 그 말씀을 하실 때 강연도 미팅도 아닌 이런 낯선 모임에 기꺼이 와주신 이유가 단박에 이해됐어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함께 사진 찍어주신 것도요. 우리의 의지에 응답해 주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이렇게 만나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유병욱CD님 x 목요일의 글쓰기

책은 정제된 형태의 사람, 사람이라는 이름의 책장

“책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결과물의 끝판왕!” 이라는 말에도 많이 공감했습니다. 작년 말에 <어른의 일>이라는 책을 만들었는데 (네 제가 선물로 드린 그 책이요) 뿌듯한 정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마케터라는 직업의 장점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과 그 반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은 뭐랄까 그 보다 4배쯤 보람되더라고요. CD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온전히 내 것이 담겼기 때문에 그렇게 뿌듯했나 보다.’ 싶었어요. 미처 정의하지 못했던 저의 느낌이 정리되면서 아주 시원했어요. 힌트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각의 기쁨>을 통해 CD님의 정제된 모습을 만났고, 목글 초대손님으로 CD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병욱 CD님이라는 책장을 슬쩍 엿볼 수 있어 좋았어요. 그리고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정제된 CD님을 곧 만나뵙길 기대합니다. 그 사이 저는 조금 더 알찬 책장이 되어 있을게요. 그때까지 부디 건강하셔요.


멀리 사는 증손자 손혜진 드림.

증조할아버지 앞에서 다소곳이 사인 받는 증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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