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몸의 신세계
에너지를 발산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내게는 수영, 달리기가 그랬고, 요가와 필라테스는 반대편에 있는 운동이었다. 일 년 전, 7km를 뛰고 나서 찾아온 발바닥과 허리통증은 내 생활 전반을 흔들었다. 허리 좀 아파봤다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필라테스를 권했다.
생각만 해도 지루했지만 살기 위해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처음 배운 것은 숨쉬기였다. 숨쉬기를 배우다니. 내가 지금까지 쉬어 온 것은 숨이 아니란 말인가. 그 다음 배운 것은 서기였다. 선생님이 말했다. 머리를 천장으로 뽑아 내세요. 키 커지게~ 뒤꿈치로 꾸욱 바닥을 누르세요. 발가락은 힘 빼요. 배를 가슴 쪽으로 당기세요. 앞 허벅지는 힘 빼고 배랑 멀어지게 만드세요. 어어 정강이에 힘들어간다. 엉덩이 힘 푸세요. 햄스트링 쓰세요. 바깥쪽으로 돌려서 모으세요. 무릎 뒤로 밀지 마세요. 등 내리세요. 어깨 찢으세요. 날개뼈 모이면 안돼요! 가슴! 숨 후~!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내가 만난 건 언어와 몸의 신세계였다.
분명 아는 말인데 알아 들을 수 없었고, 간혹 알아 들어도 해낼 수 없었다. 머리를 뽑으면 죽는 것이 아닌지. 성장이 멈췄는데 키가 여기서 어떻게 더 커질 수 있는지. 이미 바닥을 딛고 선 내 발이 어떻게 바닥을 더 누를 수 있는지. 정강이에 힘 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힘을 빼는지. 엉덩이는 두루마리 휴지가 아닌데 어떻게 푸는지. 어깨는 종이가 아닌데 대체 어떻게 찢는지. 내가 이 말을 이해하는 날이 오긴 올까. 필라테스 용어만큼이나 내 몸이 한없이 낯설었다. 내 몸을 이렇게도 몰랐구나.
하지만 살아야 했고, 벌써 결제는 끝이 났다. 딱히 그만둘 이유가 없었으므로 일주일에 두 번씩 낯선 언어의 세계로 들어갔다.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조금씩 몸으로 옮겨왔다. 나는 어느새 천장을 향해 머리를 뽑아 내고, 키를 키우고, 발바닥으로 바닥을 누르고 정강이와 엉덩이에 힘을 빼고, 허벅지를 외회전 시키는 걸 동시에 해내기도 했다. 허리 통증의 빈도와 정도가 줄어들었고, 몸에 탄력이 좀 붙은 것도 같다.
7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에너지를 발산하는 운동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필라테스도 좋아한다. 이렇게 조금 더딜지라도 꾸준히 내 몸을 이해해 나가고 싶다.
#목요일의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