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규 Dec 15. 2022

당연함과 익숙함이 주는 함정

지속적인 호의는 나를 바보로 만든다.

 돈의 중요성을 알기 위해서는 돈이 없어봐야 하고, 연인의 중요성을 알기 위해서는 이별을 겪어봐야 안다. 건강의 중요성은 내가 아파봐야 아는 것이고, 부모님께 효도하려는 마음은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흔히들 없어져봐야 소중한 것을 안다고 한다. 도대체 인간은 왜 이런 걸까? 가까이 있을 때의 소중함을 모르고 멀어지면 꼭 다시 찾게 된다. 특히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영화 '부당거래'에서 나온 대사 중, 이제는 굉장히 유명해진 대사가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안다.' 인생을 그리 길게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낀 점을 말하자면 위 대사는 모두가 뼈에 사무칠 정도로 기억해야 할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을까? 가장 가까운 부모님, 연인, 친한 친구, 직장동료, 그리 친하지는 않은 친구, 친구의 친구 등등 나를 둘러싼 많은 관계에서 우리의 베풂은 항상 달라진다. 그럼 우리가 가장 많은 호의를 베풀어야 하는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당연히 나에게 있어 가장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다. 부모님, 죽마고우, 연인 등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호의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해 있을까? 나는 과거, 주변의 눈길 때문에 나의 호의가 덜 소중한 사람들에게 향한 적이 있다. 이것은 우리 주변에 자주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저 내 옆에 항상 있을 것이라는 그 믿음으로, '나중'이라는 핑계로 다른 사람들을 더욱 챙기고 있는 모습을 한 번쯤은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언젠가 한 번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의 아버지는 밖에서 굉장히 사람을 잘 챙기고 봉사정신이 뛰어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상 가족들에게는 모질게 구는 것이 일상인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아버지도 비슷하게 이에 해당했다. 아버지 당신보다, 가족보다 먼저 챙기는 것이 친척과 주변 사람들이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아버지가 불교 정신 중 하나인 베풀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었을까? 그 베풂은 왜 항상 집 밖으로 나가 있는 것일까? 나는 과거에도 이해하지 못했고,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함'에 속으면 안 된다. 당연하게 지속되는 호의에 속는 순간 나는 바보가 될 것이다. 내 옆에 그저 아무 말없이 있는 것 또한 호의다. 그 어떤 것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먼저가 되어야 할 것이고, 내가 가장 많은 호의를 베풀어야 할 대상이 될 것이다. 관계는 항상 주고받는 것이다. 나에게 호의가 왔다면 나 또한 같은 크기의 호의를 베풀어야 할 것이다. 쌍방향의 주고받음이 사라지고 일방향으로의 호의가 계속된다면 그 관계는 언젠가 틀어지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 뒤에 다시 관계를 쌓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관계가 깨졌다는 것은 곳 신뢰가 깨졌다는 말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눈치 보지 말자. 내 사람이 먼저다. 나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을 먼저 챙기는 것이 아닌 나를 가장 많이 챙겨준 사람을 먼저 볼 수 있도록 하자. 잃어버린 뒤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때는 이미 너무 늦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작가의 이전글 PT는 교육.. 누구한테 받아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