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0주가 지나면 배가 서서히 나옵니다. 물론! 고가의 임신복 파는 곳도 있겠지만,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하게 되죠. 어차피 입는 기간이 10개월 안되니까요. 인터넷 쇼핑몰을 들여다 본 뒤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펑퍼짐
그닥 끌리는 옷들이 없었습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배가 커지게 되서이기도 했겠지만 배를 가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불러오는 배를 드러내는 게 좋았습니다. 임산부도 아름답고 우아할 수 있다고 생각헀습니다. 물론! 배 자체만으로도 예쁩니다. 남편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임신이라는 건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경험인데,
그 배를 드러내놓고 다니는 게 어때?
불러온 배를 드러내고 다니는 것은 내 몸을 긍정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구글링을 해봤습니다. maternity나 pregnancy 그리고 style이나 outfit 등등을 조합해서 찾아낸 결론.
바로 벨트를 애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슴 밑, 그러니까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 부분이자 몸에서 들어가는 허리 부분을 동여매는 것이지요.
무난한 검정색 끈이라면 어느 옷이든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침 고터 지하(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맘에 드는 끈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릴만한 임산부용 검은 치마(배가 늘어나는 치마)를 산 뒤 셔츠건 남방이건 입은 뒤에 검정색 끈을 질끈 동여매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항상 벨트 아래, 뱃속 아이를 의식하면서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행복했죠.
원피스에 벨트를 매면 이런 실루엣도 가능합니다.
다만 임산부 배와 관련해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은 있습니다.
각종 연예 뉴스에서 만삭의 연예인 사진을 놓고 '임신 ○개월 맞아? 아름다운 D라인'이라고들 낚시성 제목을 붙인 것들을 보면 불편합니다. 임신부가 몸매를 품평당해야 한다니요. 임신하면 살찌는 건 당연합니다. 임신한 여자들이 (세상 기준에 맞는) 아름다움을 유지해야 한다, 날씬해야 한다 등등의 압박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체질에 따라 배가 많이 나오는 사람이 있고 적게 나오는 사람이 있고, 초산인지 경산(둘째 이후 출산) 인지 여부에 따라서도 배가 나오는 정도가 다릅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배나오는 것 자체로 그냥 아름답습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도 간혹, 스스로의 배 사진을 찍어좋고 "제가 몇 개월로 보이세요"라고 올려놓고, 댓글에는 '4개월이요', '5개월이요'라고 달렸는데 원글을 썼던 분이 '저 사실 7개월이에요'라고 밝히면 배가 별로 안나왔다고 부러워하는 분위기 역시도 앞으로는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날씬한 임산부"는
두 단어 자체가 공존할 수 없는,
모순어법(oxymoron)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남산만한 배를 망측하게(?) 여기도 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와 만나는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점점 불러오는 배를 긍정하고 싶습니다.
<사족>
임산부 패션 얘기를 한 김에...회사 다니는 임신 여성 중에는 아마 두 부류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배를 드러내놓고 다니고 싶으신 분, 배를 "굳이" 드러내놓고 다니지 않으신 분. 저마다 생각은 다르겠죠. 정답이 없는 문제구요.
저는 전자였습니다만, 후자의 경우 아마 '임신한 사람=임신으로 일에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편견 아닌 편견(?)을 누르고 프로페셔널하게 보이고 싶길 바라는 분 같습니다. 아마 조지 클루니 부인인 아말 클루니가 그런 경우일 것 같습니다. 낙낙한 원피스를 입고 아예 긴 코트를 입었죠. 꼭 무릎까지 내려오는 코트까진 아니더라도 엉덩이 밑으로 내려오는 코트라면 커버가 될 듯 합니다. 스카프를 매는 방법도 있을 수 있구요. 궁극적으로는, 이런 트릭(?)이 아니어도 임신하면 일에 소홀해진다는 편견이 없어져야 하겠지만요.
이유야 어찌됐건 간에 이땅의 임산부님들, 저마다 불러오는 배를 드러내놓고 인생에서 몇 안되는 또다른 아름다운 시절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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