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읽었던 소설을 시간이 지나 다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넘겼던 장면들이 결말을 다 알고 읽었을 땐 '아,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곱씹어 볼 만한 여지가 참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중 가장 많이 읽은 한편의 소설을 고르라면 단연 '바스커빌 가의 개'라고 할 것이다. 소장하고 있는 셜록홈즈 전집도 워낙 많아서 다양한 출판사의 여러가지 번역본을 읽을 수 있었다. 왜 이렇게나 '바스커빌가의 개'에 빠졌던 것일까? 앞서 언급한 대로.. 셜록홈즈의 명작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각도로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컸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셜록홈즈에 대한 갈망이 참 남달랐다. 그토록 좋아하는 명탐정의 최고 작품을 어찌 한번만 읽고 제쳐둘 수 있겠는가..
점점 나이가 들어 바쁜 시간을 보내면서 또 다른 이유도 생겼다. 일반적으로 소설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초반부에 집중해야 하는 노력의 시간이 참 고달프기 마련이다. 그러나 홈즈소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이미, 인물들에 온전히 동화되어 있기에 몰입의 과정을 애써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셜록홈즈소설은 시리즈에 익숙해지고 나면 가볍게 읽기에 참 좋은 소설이다. 개인적으론 가끔씩 시간이 날때마다 미드 프렌즈를 즐겨 보는데..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을 테다. 게다가 다시 읽을 때마다 언제나 그렇듯 유쾌하고 즐거운 기분을 만끽하게 하니 이 이상의 즐거움이 또 어디 있으랴.
'바스커빌가의 개'는 셜록홈즈가 등장하는 4편의 장편중에서 유일하게 이원화되지 소설이다. 따라서 셜록홈즈가 등장하는 단 하나의 장편소설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다. 생각해 보면 온전히 홈즈만 활약하는 소설이 아니다. 상당부분 홈즈의 영원한 친구 왓슨만 혼자 등장하여 특유의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이것이 이 소설 최고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명탐정 홈즈의 시각이 아니라 나(왓슨)의 시각에서 사건을 경험함으로서 좀 더 현장감있는 사건전개를 경험하게 하며, 독자들이 추리할 수 있는 여지를 풍부하게 남겨 놓기 때문이다. 모험적인 요소 또한 작지 않아 범죄심리에 초점을 맞춘 여타의 추리소설에 비해 상당히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그 어느 소설보다 홈즈와 왓슨 명콤비의 활약상을 유감없이 마주할 수 있는 소설이라 확신한다.
'바스커빌가의 개'를 수없이 많이 읽었던 마지막 이유는 "이 소설이 홈즈시리즈 최고의 작품이라니.." 하는 안타까움때문이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사건을 설명하는 결말부가 그리 놀랍지 않으며, 소재자체가 빈약하여 스토리를 짜내려고 한 인상이 들어 아쉬움이 많은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세계의 추리소설 베스트를 뽑을 때면 항시 빠지지 않고 포함되는 작품이라 내 시각이 잘못 된 게 아닌가 여러번 다시 읽어보곤 한다. 아쉽게도.. 마찬가지다. 홈즈의 열렬팬이지만..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소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종횡무진 활약하는 홈즈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셜록키언으로서.. 여전한 아쉬움이라고만 해 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또 셜록홈즈 시리즈 첫장을 펼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