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민 Jul 07. 2023

매트 위에서 익힌 에너지

 

"저는 요가강사입니다 “

 물론 지금은 입요가만 하고 있지만 이력서를 쓸 일이 있어서 햇수를 헤아려보니 16년 차가 되었다.

요가강사를 하고 매니저를 하고 요가원을 크게도 작게도 운영하고 철거도 오픈도 하면서 일만 명쯤의 사람들을 만났다. 요가가 알려주는 지혜가 나를 통과해서 사람들과 만났을때의 희열에 감화되어 살았던 시간이었다. 이래저래 난관과 고난이 있긴 했지만 떠올려보자면 요가를 하기 전과 후의 삶은 말끔하게 닦은 창으로 세상과 만나는 날들로의 전환이었다.



  26살 처음 매트 위에 서서 수리야나마까라를 했다. 시키는 대로 했다. 땀이 났고 아주 오랜만에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만약 누군가가 생각이 많다면 수리야나마스까라를 추천한다. 집으로 오는 길, 가벼웠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내 안의 어떠한 부분이 순식간에 비워졌고 밝아졌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외부의 자극이 아닌 내부에서 일어나는 무언가가 침묵의 즐거움과 관찰하는 기쁨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말하니 마치 종교 같지만 요가는 내 삶에 대한 수련법이다.


 이전의 나도 매우 열심히 살았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살다 보니 매 순간이 버거웠다. 그리고 41살이 된 내가 짚어보는 바닥의 지점, 누군가에겐 아리따운 나이지만 내 기준에서는 처절했던 나이에 요가를 했다. 아니 붙잡았다. 그래서 더 면밀하고 촘촘히 요가를 통해서 달라지는 경험에 감사하며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요가를 한 지 10여년 즈음이 되어서 인 거 같다. 요가를 통해 새로운 삶을 경험하고 있으니 무엇인가는 남겨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미루고 미루다 미룰수 없게 된 어느날 더이상의 미룸은 다르마(진리이자 자연의 소명)를 행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간에 닿았다.  그래서 26살 매트 위의 내가 41살의 매트 위에서 육아를 하고 있는 내가 되며 통과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글을 공유한다는 데에는 여러 리스크가 함께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흘러가는 물결 위에서 나의 다르마를 행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듯하다.


 매트 위에서 나는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밖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이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내가 세상과 닿았을 때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지 바라보았다. 자신을 관찰하지않고 무조건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다가 망가진 내가 스스로를 관찰한다는건 아주 많이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내 안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모든 책임을 지던 나에게서 한걸음 떨어져 사람과 상황과 분위기를 바라보았다.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꽤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에너지를 감지하고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내 안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그 에너지가 나였다.

보이고 이름 붙이고 상으로 세운 내가 아니었다. 순간순간 달라지고 변화하며 빛나는 에너지가 나의몸을 통해 세상을 인지하고 또 받아들이며 다시 새로워지는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한계 짓고 속닥이고 욕하는 그것이 나중에 에고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요가강사를 하려고 할 때 내 안에서 가장 많이 들리던 소리는 ‘니가 어떻게 요가강사를 해’였다. 그렇다 관련학과출신도 아니고 매체에서 보는 예쁘고 아름다운 몸을 가진 것도 아니고 수련을 오래 한 것도 아닌 내가?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여겼다. 다만 지금으로 보면 행운이 채찍질한 것처럼 요가가 아니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시간당 만원이었던 수업에 택시비 2만 원을 쓰면서(시공간의 사정이 있었다) 그 한 시간을 위해 하루를 살기 시작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았다. 어차피 시간은 가는데 정성껏 24시간을 살아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디테일한 에너지 관리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꺼내 가능한 한 빼먹지 않고 쓰고 싶다. 보면서 까먹지 않게! 이번 이야기에서는 에너지가 있음을 그리고 그 에너지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음을 나아가 에너지로 내 삶에서의 이슈와 경험을 해결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26살 매트 위에서 요가를 시작한 그날,

내 안에 촛불하나가 켜졌다. 그리고 촛불하나가 나를 밝혀주며 인도해 주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내 글을 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매트 위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진정한 나와 만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무언가가 한 해를 살아냈다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