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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민 Jul 08. 2023

요가가 나에게 알려준 것들

에너지 관리법

 요가를 하기 전 기본 마인드는 열심히 살면 되겠지였다. 그래서 아침 6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서 영어학원을 가고 회사를 다니며 80%의 돈을 저축했고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쉴 틈 없이 바빴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도 참 열심히였다. 그리고 어느 날 와르르하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 돈도 직업도 남자친구도 없는 처량하고 독기만 남은 27살의 나만 남아있었다.


 그러기 몇 달 전 우연한 기회에 요가매트 위에 섰고 그곳에서 단아하고 단단한 요가선생님을 만나 홀리듯 아사나가 뭔지도 모르고 지도자과정을 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요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가장 어두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요가가 다였다. 그렇게 한 걸음씩 더듬으며 나아갔고 정규강사자리를 구하고 나중에 매니저가 되고 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생에 혹은 그 이전부터 각인되어 있었던 몸의 고집들을 하나씩 해체하고 생각들의 버그들을 잡아대는 시간들을 함께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무엇을 잘못한 걸까.

열심히 사는 게 정말 바른 답일까.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질문이 내내 맴돌았다. 별걱정을 다한다 싶겠지만 내게는 진지하고도 치열했다. 정말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매트 위에서 나의 생각들을 바라보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사실 매트 위에서 선생님의 지시어를 듣고 있자면 자아의 목소리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대신에 더 크게 들린다. 그리고 내 감정에 어떠한 패턴이 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된다. 수없이 많은 정들을 맞으며 고집들의 모가 깎이듯 수련을 하는 동안 알아낸 나의 오류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꼭 붙잡아 다른 방법으로 승화시키거나 변형시키거나 죽여가는 수련으로 이어갔다. 매트 위에서 알아낸 것들을 이전과는 달리 현실에 적용해 보며 실험들을 계속 반복했다. 보이지 않는 미묘한 영역이었기에 누구에게 말하기도 참 애매모호하고 타박 듣기 딱 좋았다. 그래서 혼자 하나씩 하나씩 해내며 이뤄낸 물질, 비물질 결과물들이 나오고 나서야 그것도 묻는 이들에게 만 전하게 되었다.


•에너지는 흐른다

에너지는 흘러야한다. 에너지를 받으면 자기자신에게 또는 다른 어디론가 주며 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상승 혹은 하강한다. 상승은 선순환이고 하강은 악순환이겠다. 그래서 자기에게 주어진 에너지는 잘 써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역량에 맞는 에너지의 흐름이 순환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강하거나 좋은 것들을 바라지만 자신의 그릇에 맞지 않으면 되려 스스로를 친달까. 어제 보았던 쿵후판다 3에서 이러한 표현을 기가 막히게 잘해놓았다 싶었다. 그리고 언제나 부모는 자식에게 에너지를 보낸다. 부모는 크고 아이는 작다. 때때로 이가 역전될때 우리는 혼란을 겪는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법을 배우고 쓰고 활용하며 자신의 세상을 키워나간다.


•내 삶에 필요한 것은 언제나 내 주변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있다

  밖을 향해 있는 시선을 거두어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이 프라트리하라이다. 그리고 오늘 자신에게 보여지고 들려지고 맛 보이고 냄새 맡아지고 느껴지는 것들을 관찰해 보면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자신에게 전해지는 정보들이 걸린다. 조금 더 새롭고 중요하고 어렵다고 느껴지는 경우에는 조금 더 긴 시간을 주어 신중히 접근한다. 그 과정에서 잡음이 섞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안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사바사나로 돌아가 비우고 맑아진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나의 고집으로 꼬아보아 쓰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들도 있기에 정화에 그렇게 공을 들였던 것 같다. (이 부분은 개인차가 워낙에 크다. 아무 걸림이 없는 즉 생각에 장애가 없이 타고난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으니 참고해주었으면 한다)

 다이아몬드는 내 뜰안에 있으니 결코 남의 마당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어떤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 모든 것은 내 삶 안에서 일어나는 스토리들이다. 주인은 내가 되어야 하며 남의 금송아지보다 내가 가진 진짜 송아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분명 힌트는 내 주변에 있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써서 나아진다면 분명 인생의 다음문이 열린다.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

 중요한 문제들에 있어서 여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리고 가장 진지하게 물어보아야 하는 건 스스로에게이다. 나는 상가건물을 갖고 싶다고 늘 생각했는데 어느 날 신랑이 그런 말을 한 것을 상기시켜 줬다. 그런데 전혀 마음이 기쁘지도 설레지도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그건 어머니의 소망이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조용히 물어보았다.


니가 원하는 건 뭐야?

가족사진과 나란히 놓여있는 Life on the mat책이었고 지금 이렇게 메모장에 글을 쓰며 그 자체로 즐거움과 시원함과 기쁨을 느끼고 있다.


 언젠가 거울명상을 몇 달간 한 적이 있다. 상대의 눈을 보며 하는 아이컨텐명상이 주는 색다른 경험의 확장이었다. 거울에 비친 오른쪽 그리고 왼쪽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도 물어보았다. 이건 각자의 몫이다. 해보라. 그리고 자신의 눈동자를 보며 가장 듣고 싶었던 말도 해주셔라! 부디


•우선순위를 통해 나를 지킨다

 역시 쓰다 보면 길어지니 이번은 짧게 써야겠다. 중구난방이던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휘말리기 일쑤였다. 그때 나의 요가선생님이 알려주신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두면 쉽게 흔들리지도 질서를 잃어버리지도 않게 돼요” 추천이다.

 

•자만하면 세상이 나를 밀어낸다

 살다 보면 잘 나가는 시기를 만나기도 하고 기세등등한 자신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치 자기가 잘해서 그 모든 것을 누린다고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대로 미끄러져 고통을 겪어야 했다. 돈, 사람, 공부... 분야와 범위를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같아 보이지만 다르게 다시금 시도하는 과정들이 이어졌다. 그러자 내 공으로 된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오만이었구나 싶었다. 내 시야는 양눈의 범위가 볼 수 있는 각이 다지만 그것으로 보이지 않는 세상은 훨씬 광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침묵수행으로 입을 다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삶은 고가 아니다/대행스님

위 문장은 대행스님의 책 제목이다. 카르마에 대해 알게 되며 꽤 긴 시간 헤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를 비워내는 것만이 수련이라 착각했다. 그래서 가급적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말자는 극단적 생각에 닿았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그러면 애초에 왜 태어났을까? 그때 만난 책이 대행스님의 책이었다. 우연히 찻집에서 어떤 분이 초대해 준 곳이 대행스님의 생전 도량이셨고 그곳의 판매대에서 스님의 책을 만나 오랫동안 쌓여있던 먼지를 씻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카르마를 해원 하여 다르마로 전환시킬 수 있는 존재이며 그 과정이 수련이고 자아는 개인의 신성이 다양하게 빛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설명에 눈앞이 환해졌다. 그리고 살아가고 싶어졌다. 그것도 아주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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