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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민 Jul 07. 2023

있는 그대로 보기

 담마


 도수치료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단어이다. 요가에서는 다르마라 하며, 진리이자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에 따라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던 차에 어느날 먼저 얘기해 주셨다.

 “저기 붙어있는 담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환자를 볼 때 감정이나 여타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픈 부분을 있는 그대로 보고 어떻게 치료를 할지 궁리하는 게 사실 가장 힘든 일이거든요“


 모든 문제는 역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 얘기하신 있는 그대로 보기가 필수이다.


“제가 어디 아프냐고 물으면 딴소리하는 분들이 계세요. 남편이 어떻고 해서 온몸이 쑤신다는 분들요. 그럼 묻죠. 어떻게 할 때 어디가 아픈지를요.” 사실 좀 찔렸다. 신랑이 무언가를 물으면 나는 변명을 하거나 하소연을 하며 신랑 속을 뒤집어 놓은 전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mbti의 f인 나와 t의 신랑은 그렇게 다른 언어로 될 리 없는 소통을 하고 있었다.


 요가에서 처음 만난 생소한 개념은 알아차림, 관찰이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나는 이게 잘 안돼서 언제나 나의 감정이 투영된 대상들을 마주하기 일쑤였다. 관상명상을 하려 화초를 마주할 때에도 희로애락이 오고 갔다. 과거의 가시들이 찌르기도 하고 미래의 불안이 나를 덮쳐오기도 했다. 요가도 명상도 하지 않는 신랑은 있는 그대로 보기를 참 잘한다. 사물과 대상을 깨끗하게 바라보는 그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이런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러한 것들이 올라올 때 그것들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들어주기이다. 이때다 싶어 재잘되는 감정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가만히 들어주다 보면 과거와 미래를 묶고 있는 현재의 실타래들이 조금씩 풀린다. 안쓰럽기도 부인하고 싶기도 한 다양한 감정들이 오간다. 그러고나면 소용돌이쳤던 감정들속에 고스란히 제모양을 유지하고 있던 대상의 본질이 보인다.


 30살이 되었을 때 그렇게 나는 아버지에 대한 오래된 꼬임을 풀어내고서 맑은 눈빛과 친절한 태도로 언제나 내 곁에 있던 그분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잘못된 마음의 엉킴이 흘러내리고 나니 세상이 밝아보였다. 그러한 과정을 가족과 지인, 나를 둘러싼 인연들에 반복하며 선연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인생의 새로운 마디들이 생겨날 때마다 또 나를 둘러싼 새로운 인연들에 허덕이길 반복한다.


 도수치료를 받는 동안 눈높이에 붙여져 있는 ’담마‘는 지금 내가 보아야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저렇게 떡하니 보이는 걸 테니까.


있는 그대로 보기

나도 대상도!

그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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