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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Oct 11. 2023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by 최승자

혼독함공_독서일지 12

���책소개말


�함께해 : 청춘의 시절, 최승자 시 한 편을 읽어보았을 그대에게

�한줄질문 : 다시돌아가고픈시절은언제인가요?

� 한줄생각 : 한 번 읽을 때 그녀는 역시 어두운 시인이야 했는데, 두 번 째 읽으니 절망과 어둠 속에서 빛이 보입니다.


���책속엣말


�14 내가 꿈꿀 수 있는 꿈이 자꾸 줄어들고 ‘인간답게’라는 가치 기준이, 진리가 자꾸 모호해져 간다. 그래서 때로 한 10년쯤 누워 있고 만 싶어질 때가 있다. 모든 생각도 보류하고 쉽게 꿈꾸는 죄도 벗어버리고 깊이깊이 한 시대를 잠들었으면.


�26 그래 나는 너무 오랫동안 나의 내부만을 들여다보았다. 몇년 간을 한자리에 꼼짝않고 주저앉아서 썩어가는 엉덩이만을 들여다보았다. 때로는 그 썩은 웅덩이 위로 푸른 하늘 한 점이 맑게 비치고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도 보였지만 그건 언제나 붙잡을 수 없는 헛깨비였다.

>>>>> 내면은 핑계로 외형이나 보여짐을 무시한다면 그 또한 자만일 것이다


�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은 괴로운 기억들과 즐거운 방법적 꿈 사이를 눈 가린 절망과 눈 가린 희망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럼 어떠냐 뻗을 대로 뻗어라, 네 팔자로 뻗어라, 어차피 한판 놀러 왔으니까 신명 풀리는 데로 놀 수밖에 신명 안 풀리면 안 놀 수밖에


�51 사람은 가령 물에 빠져 죽을 때 같은 경우에 자신이 살아온 한평생을 한순간의 비전 속에 다 보게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가, 읽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내가 체험한 바로는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지나간 삶을 아주 짧은 한순간에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극히 선명한 영상으로 보게 되고 그러고도 살아야 할 앞날에 대한 어떤 본능적인 계획을 한순간에 청사진으로 보게 되는 것과 같다. 물론 그 청사진은 오랜 혹은 짧은 시간 뒤에 또다시 변경될 수 있겠지만.


�94 상을 입은 사람들의 입장은 더없이 슬프지만 문상객인 내 입장에서는 별로 서러울 것도 없고 다만 삶의 행간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죽음의 그림자들을 곁눈질로 살피면서 짧은 한순간 삶은 무엇이며 죽음은 무엇인가 따위의 침울한 생각에 빠지는 것 뿐이었다. 병풍 하나로 죽음을 온전히 가리고 그 앞에서 이야기하고 술 마시고 고스톱을 치는 그러한 풍경들이 하나도 불경스러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우리 삶에 편안하게 만들어진 지혜로운 죽음의 예식인 듯한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죽음 앞에서도 인간은 항시 산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야 편안한 것인가 아니 어쩌면 죽음까지도 삶의 일부이며 삶의 자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96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죽음을 보고 겪게 되고 그때마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점검하게 된다. 나 역시 앞으로 더 많은 죽음을 보면서 나 자신의 삶을 수시로 되돌아보게 되리라.


�98 자연의 시간 자연의 리듬 넉넉한 자연의 품으로부터 벗어나 일과 놀이가 하나가 되지 못하는 오늘날과 같은 산업화 분업화 시대를 살고 있는 샐러리맨들에게는 하루하루가 똑같고 그 하루가 모두 작은 불안 불만과 지겨움 들로 달그락거린다. 그들은 전체를 통과하지 못하고 언제나 한 부품으로서 존재하며 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위 부품에서 상위 부품으로 올라갈 뿐이다. 그래서 날마다 새로운 술집이 생겨나고 밤마다 그 술집들이 흥청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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