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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Mar 08. 2024

아침 그리고 저녁

혼독함공 독서일지

읽은책 /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150쪽

한줄평&질문 /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삶을 떠나는 자와 남아 있는 자의 시선, 그리고 & 나는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아름다운 여름 저녁,


이 소설의 부제가 될 수 있다면,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여름 저녁, 별이 빛나지 않는 밤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쩌면, 저 별은 금새 사라지고 말 별이기에,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아마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딱 이랬을 것이다 천국을 가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천국은 별이 빛나는, 환하지 않지만, 고요한 밤하늘이, 그렇게 그럴 것이다,


그녀가 없는 방은 춥지 않지만, 따스하지 않다 온기가, 없는 그녀가 없는 이 집은 빨래통이, 커피를 끓일 주전자가, 남아서 다섯 아이 후에 일곱 아이가, 아내 그녀가, 떠난 집에 남아 있다, 그리고, 요한네스, 그는, 남아서 다시 그녀 곁으로 가려 한다, 그러나, 차마 발을 뗄 수 없으니, 먼저 간 친구 페테르가 그를 배에 실어 동행한다 이제, 그녀가 그 친구가 가고 남은 이 집에서, 그는,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그의 문장을 따라 쓰다가 지우다가 다시 쓴다,

그의 쉼표를 자꾸 까먹는다 마침표로, 끝을 내려한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마침표를 막는다 쉼표를 찍고 끝을 낸다,

휴, 삶과 죽음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물과 말들, 이곳에


바다 바람 하늘은 떠나는 자와 남은 자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저,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고 그리고, 다시, 고요한 잠적을 남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결코, 원하는 바가 아닌 그렇게 되어버린 환희를 경험할 뿐이다 내가 언젠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나는 꼭 한 번 외치고 싶다 나의 아름다운 여름 저녁날이요,



#예쁜책&초판본&재독하는&낭만독자

#정리도서평이된다면_정약용의초서처럼

#책도스포일러가있다면_작가님실례하겠습니다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그거하세요



밑줄긋기 /


p.14 이번에는 아들일 거야, 아들이 확실해, 확실치 않은 건 단지, 아이가 살아서 이 세상에 태어날 것인가 하는 것뿐이다지, 이 험만 세상에, 문제는 그것뿐이다, 올라이는 생각했다,


p.17 그러나 신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일어난다고 믿지 않는다,

확실한 것은, 그가 올라이이고 어부이며 마르타와 결혼했고 요한네스의 아들이며 이제, 언제라도, 조그만 사내아이의 아버지가 될 것이며, 아이가 할아버지처럼 유용한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갖게 되리라는 것이다,


p.18 거리 악사가 훌륭한 연주를 할 때, 그냥 그의 신이 말하려는 바를, 조금은 들을 수 있다, 그래 그럴 때 신은 거기 있다,


p.20 고요한 아이는 요한네스라고 부를 것이다 그래 그래야지 언젠가는 사라져 존재하지 않겠지만 사내아이 요한네스 그래 거기 머물러라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이곳에서 요한네스는 어부가 될 것이다 그의 아비처럼 요한네스는 그리 될 것이다

그리고 고요가 이어진다


p.43 저 안에다 얼마나 많은 빨래를 했는지, 그래 결코 적지 않은 빨래였다, 그리고 이제 에르나는 가고 없는데 빨래통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런 것이다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p.81 그리고 요한네스는 페테르에게 얘기해도 될까 생각한다, 루어가 가라앉지 않고 배 밑바닥에서 1 미터쯤 계속 멈춰 있다는 걸, 아무 이유도 없이,

바다가 더 이상 자네를 원하지 않는구먼,

그러니까 바다가 더 이상 자네를 받아주지 않는 다는 거라네,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배는 뭍을 향해 교회 묘지 앞 해변 쪽으로 선로를 바꾼다


p.105 이제 어서 집으로 가자, 에르나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는 것이 기쁘다,

그 사람이 벌써 커피 주전자를 올려놓았겠지, 생각하며 요한네스는 집으로 올라간다,

에르나만 집에 있다면, 그럼 더 바랄 게 없을 텐데,

요한네스는 길을 따라 오르며 생각한다,

그녀가 먼저 세상을 떠나다니, 좋지 않구먼,


p.106 요한네스 당신이에요?

행복의 느낌이 그의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에르나를 향해 돌아서지만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차가운 손이 느껴지는데,

그는 생각한다, 목소리도 들렸고 발소리도 들렸지만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녀는 대답이 없다


p.124 그래도 닥칠 일은 닥치는 법이야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잖아, 언젠가는 우리 모두 차례가 오는 걸


자 이제 가게나, 요한네스


자네의 삶과의 연결을 끊어야 하니 뭔가는 해야 했지

그런 거로군

그런 거라네

이제 고깃배를 타고 떠나자고,

목적지가 없나?

없네, 우리가 사는 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야 그래서 이름도 없지,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p.132 베테르와 유한네스는 나란히 서쪽 만으로 내려가 고깃배에 올라탄 적도 없는데 어느새 홀연, 배 안에 있다, 그리고 꼭 그렇게 다시 만을 빠져나간다

이제 그렇게 두리번 거려서는 안 된다다네 요한네스,

이제 하늘만 쳐다보고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

이제 말들이 사라질 걸세,


그리고 고개를 들자 하늘 흰 구름이 떠간다, 그리고 오늘 바다는 저리도 잔잔하고 푸르게 빛나는데, 싱네는 생각한다, 요한네스,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


읽을책 / 글로 옮기지 못할 인생은 없습니다(글쓰기 모임의 공저는 어떤 걸까?)

한마디 /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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